"임금동결 검토하자" 현대차 노조가 달라졌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최석환 기자 2020.04.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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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24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오전 출근조 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이날 현대차 노사는 지난 16일 신천지 울산교회 예배에 참석한 울산공장 직원 4명이 울산지역 확진자 2명과 접촉한 사실이 확인돼 자가에서 격리중이라고 밝혔다. 2020.2.24/뉴스1(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24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오전 출근조 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이날 현대차 노사는 지난 16일 신천지 울산교회 예배에 참석한 울산공장 직원 4명이 울산지역 확진자 2명과 접촉한 사실이 확인돼 자가에서 격리중이라고 밝혔다. 2020.2.24/뉴스1


초유의 자발적 임금동결이 이뤄질까.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완성차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강성'의 상징 현대자동차 노조도 달라진다. 자발적으로 '임금동결' 검토에 나섰다. 현실이 된다면 노조 설립 이후 최초다.

17일 현대차 (250,500원 ▲6,500 +2.66%)노조는 "독일 노사가 보여준 위기극복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노조가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사용자는 고용을 보장하고, 정부는 노동자들의 임금손실을 보전해주는게 포인트"라고 밝혔다.



노조가 언급한 독일식 모델은 독일 금속노조와 사용자단체 간에 이뤄진 '위기협약'이다. 노조 소식지에 따르면 독일 노사는 지난달 말이 체결 시한이었던 올해 임금협약을 연말로 연장하기로 했다. 올해 임금을 동결한다는 의미다. 코로나로 인해 이미 조업이 심각하게 단축된 상황이다.

대신 독일 사측은 특별상여금 격인 크리스마스 보너스와 휴가비를 12개월로 나눠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독일 연방고용청에서 지급하는 조업단축급여 산정 기준이 인상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사측은 또 근로자 1인당 350유로의 기금을 적립해 조업단축으로 인해 생계에 타격을 입은 근로자를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사의 최종 결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노조가 먼저 임금 동결을 전제로 하는 노사 협약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코로나19에 따른 완성차업계의 타격에 대해 노조도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조는 "독일식 위기협약을 일률적으로 한국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독일 노사가 보여준 위기극복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위기 속에 '일자리 지키기'라는 대명제 앞에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생존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속노조의 가장 중요한 축인 현대차 노조는 강성투쟁의 대명사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무려 8년만에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시키며 신기원을 열었다. 한일 경제갈등으로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회사가 고비에 섰다는 위기의식에 노조가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룬 의미있는 합의였다.


올해의 상황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수출시장 붕괴로 현대차가 유동성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월 들어 자동차 수출이 7% 이상 줄어든 가운데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30만대 이상 줄어들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과 인도는 물론 유럽 공장들의 셧다운(가동중단)이 길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수요 감소의 파도는 국내 생산기지도 여지없이 덮치고 있다. 일자리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노조를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노조가 그간 '불가침 영역'으로 정했던 혼류생산에 대한 검토를 시사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혼류생산은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동시 생산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에선 일반적이지만 현대차에서는 특근 등 공장 간 일감 배분 문제로 노조가 강력 반발, 이뤄지지 않았었다.

노조는 그러나 전날 소식지를 통해 "공장별 다차종 혼류생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합리적 배치전환 문제 등 생산시스템에 대한 정책적 고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혼류생산 문제를 직접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 노조 집행부는 당선 초기부터 합리적인 성향이라는 평을 받아 왔다"며 "유례없는 위기를 맞아 노조가 먼저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회사가 이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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