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코로나·저유가 가시밭…미뤄진 배터리 꽃길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우경희 기자, 최석환 기자 2020.04.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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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배터리 빅3가 살아남는 법(종합)

편집자주 '포스트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대전환점 위에 섰다. 초고속 성장의 문턱에서 또다시 코로나19 복병을 만났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저유가와 업체간 소송전으로 불확실성은 들끓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빅3가 코로나 사태를 어떻게 극복할 지 점검해본다.

포스트반도체 덮친 3각 파고, 대전환점 선 한국 배터리
혹독한 코로나·저유가 가시밭…미뤄진 배터리 꽃길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의 '빅3'인 LG화학 (402,000원 ▼1,500 -0.37%)SK이노베이션 (112,200원 ▲2,600 +2.37%), 삼성SDI (435,000원 ▼3,000 -0.68%)도 각자도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관련업계의 선행지표격인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요동을 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올해부터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에 연초대비 113% 폭등했지만 코로나19와 저유가, 업체간 소송 리스크 등 3대 악재가 겹치며 한 달 만에 60% 이상 급락했다.



최근 2주 사이엔 수요 위축과 판매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기존 완성차업체와 비교해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는 테슬라의 강점이 부각되며 다시 주가가 56% 반등했다.

배터리 '빅3'도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돌입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라는 전 세계적 흐름 속에 이 불확실성도 언젠가는 지나가고 전기차 시대는 필연적으로 올 수 밖에 없어서다. '포스트 반도체'로 불리는 달콤한 열매는 이 위기에서 살아남아야 따먹을 수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손익분기점(BEP) 진입 시기를 재점검하며 '위기경영 모드'로 전환했다.

국내 빅3 중 배터리 사업에서 가장 먼저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 곳은 LG화학이다. 지난 2월 초만 해도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현재는 이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LG화학은 조만간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수정 전망을 다시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2021년, SK이노베이션은 2022년이 손익분기점 진입 목표였다. 역시나 흑자 원년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배터리 업계 덮친 '3대 악재'

이는 불과 두 달 전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것이다. 당시 업계는 올해부터 본격 도래할 전기차 시대를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각 국가 별로 강화될 환경규제를 등에 업고 글로벌 전체 차량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이 종전 1%에서 6%로 오를 것이 유력시 됐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3년간 세계 각지에 조단위 설비투자를 한 것도 올해 이후를 더 없이 좋게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으로 확산된 2월말부터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감염병 확산으로 수요가 줄고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자 폭스바겐, FCA(피아트·크라이슬러),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현지 완성차 업체들은 도미노 가동중단에 들어갔다. 전기차 배터리의 고객사들이 사실상 생산을 멈춘 것이다.

급기야 유럽과 미국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성장의 뒷배였던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환경규제를 늦추거나, 완화하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실제 미국은 2026년으로 예정된 차량 연비 개선율 5%를 다시 1.5%로 낮췄다. 유럽 자동차업계 로비그룹도 유럽연합(EU)에 올해부터 자동차 1대당 연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g/km 넘지 못하도록 한 환경규제를 무기한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휘발유·경유 차량 판매 급감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조사업체 'EV 볼륨즈'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최대 24%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혹독한 코로나·저유가 가시밭…미뤄진 배터리 꽃길
저유가 충격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는 뼈 아프다.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으로 배럴당 60달러대였던 국제유가가 순식간에 20달러대로 곤두박질쳤다. 저유가가 지속되면 유류비가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낮은 전기차의 장점이 가려져 상대적으로 판매에 불리하다.

한국 전기차 배터리 리스크의 '상수'가 돼버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도 악재로 꼽힌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예비 판결이 나왔는데, 양측이 극적 합의에 이르더라도 SK이노베이션은 막대한 소송비용과 배상금을 각오해야 한다.

◆ '포스트반도체' 여전히 유효.."버티면 큰 시장 온다"

그럼에도 재계에선 여전히 전기차 배터리가 한국 제조업의 재도약을 이끌 돌파구라는 점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세계 차 수요로 볼 때 전기차 판매가 다소 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 전기차 자체에 구조적 변화가 온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혹독한 코로나·저유가 가시밭…미뤄진 배터리 꽃길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과 배터리 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2017년 330억달러(약 37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연 평균 25%씩 성장해 2025년엔 1600억달러(약 182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뛰어넘는 수치로 배터리가 '포스트 반도체'라는데 힘을 싣고 있다.

국내 빅3의 지난 2월 세계시장 점유율이 사상 처음 40%를 넘어선 것도 의미가 있다. 2000년 초반부터 쌓아올린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도전이 거세지만 여전히 시장 주도권은 한국에게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버티고 살아남느냐가 중요하다"며 "이 위기를 넘기면 큰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정준 기자

코로나19로 뒤바뀐 배터리 빅3의 '속사정'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놓고 중국이나 일본과 한판 경쟁을 벌이는 한국 배터리 빅3는 저마다 복잡한 속사정을 갖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지만, 당면 현안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살아남기가 힘들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잡기 위해 캐시카우로 벌어들인 돈을 모조리 배터리 투자에 쏟아붓고 있는 빅3. 코로나19(COVID-19)국면에서 빅3의 탈출구는 어디에 있을까?

◆ LG화학, '흑자전환·분사' 급한데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있는 LG화학 유럽공장. LG화학은 작년 1분기에 유럽공장의 1차 생산라인을 완공했으며, 현재 계속 증설중이다./사진=LG화학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있는 LG화학 유럽공장. LG화학은 작년 1분기에 유럽공장의 1차 생산라인을 완공했으며, 현재 계속 증설중이다./사진=LG화학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22.9%(1월 공급량 기준)로 세계 2위이자 파우치형 배터리 부문의 최고 기술을 보유한 LG화학. 하지만 실적을 들여다보면 자존심이 말이 아니다. 지난해 말 배터리사업 흑자 원년을 노렸지만 실패로 끝났다. 올 하반기에 흑자 원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코로나 탓에 여의치 않다.

LG화학 입장에선 '배터리사업 흑자 전환'은 절박한 지상과제다. 글로벌시장에서 조 단위로 배터리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화학사업으로 번 돈을 배터리사업에 투자하는 구조인데 중국 난징공장에만 연말까지 1조2000억원을 더 투입해야 한다. 폴란드 공장 증설과 미국 신규 투자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갈 길이 이렇게 먼데 코로나19마저 터졌다. ESS(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 화재 이슈도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당초 올 7월이 목표였던 배터리사업 분사는 아예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우선 배터리 사업을 맡는 전지사업본부부터 분사한 뒤 IPO(기업공개)를 통해 투자금을 모을 것이라는 전망도 잠정 유보됐다.

그나마 LG화학의 주력시장인 중국의 전기차 지원 정책이 유지됐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중국 정부는 올해 말 폐지키로 했던 전기차 보조금을 앞으로 2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중국 현지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한 LG화학에 이 정책 유지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 삼성SDI, ESS 충격 극복이 '최우선'

성윤모(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생산 공장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성윤모(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생산 공장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삼성SDI는 코로나19 충격파에 앞서 지난해 ESS 화재 사건이 목덜미를 잡았다. ESS에서 잇단 화재가 발생해 특수 소화 시스템 도입을 위한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고, 국내외 수주도 한동안 크게 줄었다. 강도 높은 자구노력으로 다시 수주가 늘고 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코로나19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일단 더뎌진 것은 아쉽다. 국제유가도 낮아 전기차 배터리 수요증가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 것도 고민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기 완료된 투자가 많아 어려운 시점에서 투자비용 부담이 경쟁사 대비 크지 않다는 점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미국 등 주요국가들이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ESS 투자를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삼성SDI 입장에선 호재다. LG화학과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연장 역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변수다.

◆ SK이노베이션, 정유화학 쇼크 잘 넘겨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 사진제공=SKSK이노베이션 배터리 / 사진제공=SK
정유화학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배터리사업을 키우던 SK이노베이션도 코로나19로 포트폴리오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유업계는 항공업계와 함께 코로나19 충격파가 가장 강력한 업종으로 꼽힌다. 해당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적자폭은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설비와 기술면에서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해온 곳이 SK이노베이션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5.9%로 늘며 선두권 추격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었다.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만 1조9000억원을 쏟아 붓는다. 헝가리와 중국에도 따로 공장을 짓고 있다. 투자비용 부담이 빅3 중 가장 큰 편이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다. 지난 5일 헝가리 공장 건설을 위해 필수인력 300명을 태운 전세기까지 띄웠다. 강력한 투자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우경희 기자

코로나가 기회?..배터리 3사 컨틴전시 플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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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기술과 품질을 강화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준비돼 있는 기업만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삼성SDI 전영현 사장은 최근 코로나19(COVID-19) 위기에 따른 배터리(2차전지) 시장 변화와 관련해 사실상 직원들에게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을 주문했다.

삼성SDI는 코로나 위기 이후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초격차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온라인 교육으로 임직원 역량 강화를 시행하면서, 하이니켈 양극재(니켈 비중을 높여 에너지 밀도를 높인 양극재) 같은 차별화된 기술로 신제품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도 마찬가지다. 30년 가까이 배터리 분야에 투자하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한 LG화학은 연구개발(R&D) 투자에 더 속도를 낸다.

2018년 사상 처음으로 R&D에 1조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했고, 지난해에도 1조1000억원이 넘는 R&D 투자를 집행했다. 이중 30% 이상이 배터리 관련 연구개발비다. 이런 과감한 투자는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특허 확보로 이어졌다. 지난해 3월말 기준 LG화학의 특허 건수는 1만6685건에 달한다.

LG화학은 올해 6조원 규모의 시설투자비 중 절반인 3조원을 배터리 사업(전기차 배터리 포함)에 투입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완성차 부문의 수요 변화가 바뀔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를 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가 150조원에 이르는 만큼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원재료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공급선 다변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비상경영체제를 시행하는 게 미래를 당겨쓰는 것은 아니다"며 "위기가 왔을 때 잘 버티고 성장하면 그것이 회사의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수주 물량이 줄어들 경우에 대비해 공장 가동 일수를 줄이면서 고정비를 절감하고 있다. 생산 효율성에 집중해 수율을 끌어올리는 역량에도 집중한다. 전고체 배터리 같은 선행기술 개발로 핵심 경쟁력 창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리튬이온배터리)을 고분자나 세라믹 같은 유무기 소재로 대체한 제품. 궁극의 고용량·고밀도 배터리로 알려졌다. 물리적 충격에 전해액이 누수 되거나, 폭발할 위험이 없어 화재 문제로부터 안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기차 완성차 업체 쪽에서 물량 조정 요청은 없다"며 "하지만 단기적인 수요 변동이 언제든 나올 수 있어 부품 공급망 관리 등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석환 기자

정점 치닫는 배터리 소송전…합의금 규모도 조단위?

혹독한 코로나·저유가 가시밭…미뤄진 배터리 꽃길
지난해 4월부터 불붙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양사의 물고 물리는 소송은 미국 6건, 국내 3건 등 총 9건으로 자칫 소송전에만 매달릴 경우 한국 배터리 산업에 부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양사 소송전은 그 파장이 가장 강력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의 최종 판결이 단연 주목된다. 나머지 소송들은 이 소송을 위한 곁가지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ITC는 이미 지난달 20일에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예비결정 판결문을 공개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ITC의 '조기패소' 최종 판결이 나오며, 연이어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이 구체적인 손해배상 금액을 확정하는 절차로 소송전이 진행된다.

ITC의 '조기패소' 예비결정 판결은 본 소송에서 다툼의 여지가 많지 않을 경우 소송의 경제성과 시간을 감안해 미리 내리는 결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ITC로부터 받은 조기패소 결정에 대해 이의제기를 신청했지만 사실상 조기패소라는 대세는 뒤엎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따라서 오는 10월 ITC의 최종 판결 전에 SK이노베이션이 남은 카드들을 써야 한다. 가장 확실한 카드는 LG화학과 서로 합의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구체적으로 산정한 배상금액을 LG화학에 제시해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배상금액 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수년에 걸쳐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된 문서를 삭제했다고 판단한 만큼 금액 계산이 더 쉽지 않아 보인다. 양측이 원하는 금액의 격차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합의금 규모가 최소 5000억원으로 자칫 조 단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만약 양사의 사전 합의가 불발로 끝나고 오는 10월 원안대로 ITC가 최종 판결을 내릴 경우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해 생산했다고 인정되는 배터리 부품이나 소재는 미국 내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미국 현지에서 대대적인 생산설비 확대를 준비하는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미국 사업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이 경우에는 SK이노베이션이 별도로 법적 배상금과 과징금도 내야한다. 당초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이 공개한 소송장에 따르면 LG화학은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실액이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가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경우 영업비밀 침해 손실액의 몇 배까지 실질적 책임을 묻는 미국 법원의 특성상 배상금은 수조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ITC의 10월 최종 판결 전에 양사가 원만히 합의에 이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관측이다. LG화학은 "남은 소송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도 "LG화학과 배터리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내비치고 있다. 큰 방향은 양사가 공감하므로 이젠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양사의 극적 합의를 기대 한다"며 "ITC 소송은 민사 사건인 만큼 양사가 합의하면 얼마든지 종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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