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커우=신화/뉴시스]중국 하이난(海南)성 하이커우(海口)의 하이난 혈액센터에서 지난 2월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부터 회복된 환자 한 명이 혈장을 기증하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25일(현지시간) 일부 심각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회복된 환자의 혈장 사용을 승인했다. 또 뉴욕시도 중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된 환자들의 혈청을 검사하기 시작하기로 했다. 2020.3.26
일부 부작용과 대규모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하지만 혈장 치료를 다른 치료와 병행할 경우 중증 환자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구팀은 각각 71세와 67세인 고령 남성·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하는 치료를 시도했다. 기저 질환이 없었던 71세 남성은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았으나 폐렴 증상이 완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고혈압 기저질환으로 확진 후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던 67세 여성 환자 역시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하자 바이러스 농도가 감소해 완치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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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장'은 혈액에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 부분을 말한다. 완치자의 혈장에는 다량의 항체가 있다. '항체'는 항원에 대항하기 위해 혈액에서 생성된 당단백질로 바이러스를 중화하는 기능을 한다. 세균·바이러스가 체내에 침입하면 공격적 항원이 만들어지는데 인간의 신체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항체를 만들어낸다.
국내 첫 혈장 치료 성공 사례처럼 '혈장치료법'은 국내외에서 산소호흡기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의 '중증 환자' 치료에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기존의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 등을 코로나19에 적용한 신약 재창출 치료법은 '경증 환자'가 주요 대상이다. 혈장치료로 완치된 국내 중증 환자 2명에 대해서도 의료진은 확진 후 말라리아와 에이즈 치료제, 항바이러스 치료법 등을 시도했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사스·메르스·에볼라 때도 혈장치료 시도 효과는 '들쑥날쑥'혈장치료법은 1918년 발생 후 2년 동안 전세계에서 2500만~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스페인 독감에서부터 사용됐다고 한다. 약 1700명 이상의 환자가 이 치료법을 썼지만, 실제로 효과를 봤는지는 검증된 기록이 없다.
2002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 때도 이 치료법이 일부 성공을 거뒀다. 홍콩 의료진은 약 8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혈장 치료법을 적용해 다른 치료를 받은 환자들과 견줘 완치 확률이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 당시 서아프리카에서 의료활동을 펼치던 미국인 의사 켄트 브랜틀리 박사는 감염 확인 후 완치된 환자로부터 에볼라 항체가 포함된 피를 수혈받아 치료 효과를 보기도 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때도 국내에서 완치자 2명의 혈장을 채취, 환자 2명에게 투여하는 혈장 치료를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엔 환자들에게서 차도가 발견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엔 수개월 혹은 수년이 걸린다. 혈장치료는 이보다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기간이 훨씬 짧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개발 비용이 저렴하고, 방법도 간단하다. 의료기술이 낙후된 국가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0.04.04. [email protected]
코로나19 진정 국면에 들어간 중국에선 지난달 초부터 회복기 혈장을 이용한 여러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중국 저장대학 연구진은 코로나19 중증 환자 13명을 대상으로 회복기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시도했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의 경우 호전 상태를 보이다 상태가 다시 악화된 경우가 있어 해당 치료법이 효과가 있다고 단정 내리긴 아직 힘든 상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부속병원, 워싱턴대학 부속병원 등도 회복기 혈장을 검사하기 위한 실험 계획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최근 제출했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혈장치료에 나름의 부작용이 있고 대규모 임상시험이 없어 과학적인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항바이러스 치료 등에 효과가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등 치료와 병행하면 나름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치료 사례를 참고해 코로나19 혈장치료 지침을 수일 내로 확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