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변기’가 말했다…“전립선 비대증 걸린 것 같아요”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4.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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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변기/사진=네이처 의공학에 실린 논문 사진AI 변기/사진=네이처 의공학에 실린 논문 사진


화장실 변기에 비데처럼 설치하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 전립선 비대증 등의 대장 항문 질환을 자동 진단해주는 ‘인공지능(AI) 스마트변기’가 개발됐다.

서울송도병원은 미국 스탠퍼드대와 함께 대·소변 상태로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AI 변기’ 기술을 개발,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의공학’에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배설물 분석을 통해 개인 건강 모니터링이 가능한 변기 시스템’이다. 이번 연구에는 스탠퍼드대 영상의학과의 샘 감비아 학과장의 주도로 박승민 수석 연구원, 이준 박사, 서울송도병원 이종균 이사장, 김정하 과장, 원대연 과장이 참여했다.



AI 변기에는 압력센서를 비롯해 대·소변 상태를 보는 카메라(대변용 1대, 소변용 2대)와 이미지 자료를 분석하는 AI 프로그램 등이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배변 시간, 대변의 형태, 소변 속도와 유량 등을 검사해 이용자의 건강상태를 판단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먼저 건강상태에 따라 색이나 형태, 무른 정도 등이 다른 대변의 특성을 변기에 부착된 카메라로 찍게 한 뒤 그 사진을 AI에 학습시켰다. 변기엔 소변 검사 때 주로 쓰는 검사 스틱도 부착돼 있어 요로감염 등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검사 스틱은 쓸 때마다 자동 교체되도록 설계됐다. 고속 촬영이 가능한 소변용 카메라는 소변 속도와 양을 측정, 전립선 비대증 여부 등을 확인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AI 변기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 염증성 장질환, 전립선 비대증, 배뇨장애, 방광염 등 총 10개 이상의 질병을 진단한다. AI 변기가 수집한 이용자 건강상태 정보는 디지털화돼 의료진들에게 수치·정량화된 데이터로 전달된다. 이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저장돼 원격의료에 활용할 수 있다. 또 대장항문질환에 대한 실증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질병이 어떤 경로로 발생하며 질병에 걸리는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AI 변기에 항문을 통한 개인식별 기술을 탑재했다. 항문은 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인식해 개인별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 기능을 통해 가족 구성원 별 건강 관리가 가능하다.

기존에는 병원에서 변비나 치질, 대장암 등 대장 항문 관련 질환에 대해 환자 문진을 진행했지만, 환자가 대변 모양이나 색깔, 배변 횟수 등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객관적 정보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 공동 제1저자인 원 과장은 “AI 변기를 통해 대·소변 관련 증상을 실시간 모니터링 함으로써 배변, 배뇨 관련 만성 기능성 질환을 정밀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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