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 재배당 이유…"오덕식 판사, 피고인에 논란 전가 막으려"

뉴스1 제공 2020.04.0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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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과장보도 인한 과도한 비난 법관책임 온당치 않아"
'구하라 협박영상' 논란엔 "피해자측 제안으로 판사실서 확인"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민중당 당원들이 'n번방' 사건 관련 재판을 맡은 오덕식 부장판사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민중당 당원들이 'n번방' 사건 관련 재판을 맡은 오덕식 부장판사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성착취물 촬영·유포된 'n번방' 관련 사건을 맡았다가 과거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고 사건 제외를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해 결국 재판부가 변경된 오덕식 부장판사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이 판사들에게 재배당 경위를 설명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병수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최근 형사부 판사들에게 오 부장판사가 담당하던 n번방 관련 사건의 재배당 경위를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김 수석부장판사는 "국민청원이라는 외부의 영향력에 의해 사법부의 독립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게 되고, 앞으로도 국민청원이 재판권 침해의 도구로 계속 남용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 것도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 판단이나 양형에 대한 비판은 법관 모두가 감수해야 할 책임이자 숙명이지만 왜곡, 과장된 보도로 인한 과도한 비난마저 온전히 법관 개인이 책임지고 감당하라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재배당 경위에 대해 “성범죄나 디지털성범죄의 양형을 둘러싼 법원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오 부장판사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오 부장판사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재판을 받을 피고인에게 그대로 전가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부담을 감당하면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은 미성년의 피고인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해 재배당을 요청하는 어려운 결정을 하시게 됐다"며 "저 역시 사건을 정상적으로 처리하기 현저히 곤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재배당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오 부장판사가 고(故) 구하라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협박 영상을 판사실에서 단독으로 확인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동영상 내용이 공소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다퉈 확인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오 부장판사는 재판 비공개 결정을 하고 법정에서 증거조사를 하려고 했으나, 피해자 변호인이 2차 피해 우려가 있다며 판사실에서 동영상 내용을 확인할 것을 제안 했고, 오 부장판사가 이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부장판사는 "동영상 내용 확인이 불필요했다거나, 변호인 반대에도 오 부장판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판사실에서 동영상 내용을 확인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부장판사는 "오 부장판사가 왜곡, 과장된 보도들로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으면서도 구씨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고, 사실관계를 밝히는 과정에서 구씨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따로 대응하길 원하지 않았고, 비난은 스스로 감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0일 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군(16) 사건의 담당 재판부를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에서 형사22단독 박현숙 판사로 재배당했다.

'박사방' 유료회원 출신인 이군은 운영진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텔레그램 안에서 최소 8000명~최대 2만명이 가입된 '태평양 원정대'를 별도로 운영하며 성착취 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오 부장판사는 이전에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관대한 판결을 내린다는 비판을 받아온 인물이다. 지난해 8월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가수 구하라씨 전 남자친구 최종범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고(故) 장자연씨를 술자리에서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희천씨에게도 지난해 8월 무죄를 선고하면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 부장판사를 사건에서 제외시켜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해 지난달 30일 기준 41만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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