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영의 속풀이 과학]"코로나 공기전파 " 무게싣는 美 과학계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4.0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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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파 경로의 확장… "침 튀지 않아도 감염되는 이유"

편집자주  ‘속풀이 과학’은 신문 속 과학기사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이면과 뒷이야기, 혹은 살면서 문득 갖게 된 지적 호기심, 또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과학상식 등을 담았습니다. 

코로나19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코로나19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환자의 기침·재채기뿐 아니라 (공기 중에 머물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호흡을 통해 전파될 수도 있다.”

미국 국립과학원(NAS) 내 ‘감염병 등장과 21세기 보건 위협’ 상임위원회장인 하비 파인버그가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국장에게 보낸 서한의 일부다.



호흡기를 통한 비말(침방울)감염 외 다른 감염 경로에 대한 의문 제기가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공기 전파’ 가능성에 무게를 둔 미 정부의 자문 문건이 CNN 등 외신을 통해 최근 공개돼 관심을 이끈다.

현재 백악관에선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국민들에게 마스크를 쓰도록 해야 하는지의 여부를 두고 논의가 한창이다. 서한은 백악관의 이 같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관련 질의에 응답한 것으로, 파인버그 위원장은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결과들을 종합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이는 즉, 코로나19 감염자와 같은 공간 내에 있는 것 만으로도 감염 위험성이 커지며,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경우 바이러스 전파력이 더 강해진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코로나19의 ‘공기 전파’ 가능성을 두고 과학기술계에선 첨예한 의견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고려해 파인버그 위원장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3가지 논문을 의견란에 첨부했다.

파인버그 위원장은 먼저 지난달 26일 미국 네브라스카대 의대 연구팀이 의학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발표한 논문을 인용했다.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로부터 2m 이내 공기 샘플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 RNA(리보핵산)가 발견됐다. RNA가 존재한다는 것은 에어로졸을 형태로 코로나19가 전파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콩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실은 논문도 근거로 제시됐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가 숨을 내쉴 때 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또는 그보다 작은 미세 바이러스 입자가 배출됐다. 또 마스크를 착용한 코로나19 환자와 미착용 상태의 환자 주변의 공기 샘플을 조사한 결과, 마스크를 쓴 경우 바이러스 RNA가 상대적으로 적게 발견됐다.


중국 우한대 연구팀이 지난달 10일 학술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공개한 논문도 서한에서 다뤄졌다. 이 논문은 개인 보호구 교체 중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 내용이다.

이 같은 논문을 통해 파인버그 위원장은 “코로나19의 공기 전파력을 줄이기 위해 마스크 착용은 필수”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의 공기 전파 가능성을 언급한 서한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국립알레르기및감염병연구소(NIAID)와 프린스턴대, 로즈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보낸 서한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세 입자 형태로 최대 3시간 동안 공기 중에 떠돌아다닐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한 바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공기 전파를 의심할만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우리 방역 당국은 최근 약 140여 명의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 달성군 제2미주병원(정신병원)의 경우 공기 전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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