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김씨는 SNS를 보며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몇몇 꽃구경을 다녀온 이들이, 자랑하듯 게시물에 올렸기 때문. 그걸 본 그는 잠시 동안 '나만 잘 지키면 뭐하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김씨는 "화가 나기도 하고, 여자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이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정부 주도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발표한 '인구 이동량'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토요일 이동량은 3월 초 1015만건까지 떨어졌다가, 3월 말 1325만건, 4월 초 1353만건까지 늘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명동·강남역·홍대 등 젊은 연령층이 많이 가는 상업지구 중심으로 방문객이 증가했다"고 했다.
직장인 이강휘씨(35)는 "5살짜리 아들이 밖에 나가고 싶다고 조르는 걸 참아가며 집안에 머물고 있다"며 "누군 바보라서 꽃구경을 안 가는줄 아느냐. 코로나19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 생각해 꾹꾹 참는 것"이라고 했다. 취업준비생 오영호씨(27)도 "하루빨리 코로나19가 끝나 일상으로 돌아가고픈 맘으로 참는데, 이기적인 이들을 보면 속상하다. 제발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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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공동체 의식 부족한 사람들…일벌백계 필요"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거리두기를 열심히 지키는 분들은, '내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칠까' 조심하는 이들"이라며 "책임감과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그걸 커다란 가치로 여겨 양보하는 심리"라고 했다.
반면 거리두기를 안 지키는 이들에 대해선 "'남들이 내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 난 뭐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심리"라며 "힘든 걸 나눠야한다고 생각을 못한다. 배려와 공동체 의식이 부족한 이들"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손해보는 사람이 계속 손해보면, 위화감이 생기게 될 것"이라며 "자유를 제한하는 문제긴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기는 이들에 대해 '일벌백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이들에 대한 응원도 덧붙였다. 임 교수는 "진화심리학적으로 볼 때, 동굴 밖에로 나간 이들은 맹수에게 다 죽었다"며 "동굴 안에서 나눠먹고, 힘든 것 나누고, 협동심이 있었던 사람들이 우리들의 조상이다. 그 분들이 주인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