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중국 베이징 올림픽삼림공원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앉은 나들이객들./사진=김명룡 기자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올림픽삼림공원에서 예비부부가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명룡 기자
청명한 날씨를 즐기러 봄나들이 나온 이들은 투덜대며 돗자리를 정리해서 자리를 옮겨갔다. 이 경비요원은 "오늘 이 공원에 수십만명이 왔다"며 "지도부의 지시로 통제를 하고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공원 곳곳에서 경비요원과 나들이객의 숨바꼭질이 벌어졌다.
공원 주변에는 방역기간에 모임을 금지한다는 붉은색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부모와 축구를 하고, 간단한 음식을 즐기면서도 누군가 기침을 하거나 마스크를 벗고 있으면 불안감이 퍼지는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지난 3일 저녁 베이징 왕징체육공원앞에서는 20~30명의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광장무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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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선 최근 중국 특유의 문화인 광장무(廣場舞)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는 광장무는 코로나19와 함께 자취를 감췄었다. 지난 3일 저녁 베이징 왕징체육공원앞 광장에서는 20여명의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광장무를 즐겼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지난달까지만해도 광장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금지됐고, 사람들이 근접거리에서 손을 맞잡고 춤을 추는 광장무 역시 금지대상이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시작점인 중국에서 전염병 종식에 대한 희망과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뒤섞여 봄이 오고 있다. 점진적으로 생활질서를 회복하자는 게 중국 정부의 기본 원칙이지만 역외 유입 방지 등 재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의 고삐를 여전히 죄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에선 지난 3일 1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그중 18명은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다. 해외 유입환자는 총 888명이다. 최근들어 본토에서 확진자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내 코로나19 누적확진자는 지난 1일 8만명을 처음 넘어섰는데 4월3일 현재 8만1639명으로 기울기가 완만해졌다. 하지만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는 여전지 두자릿수다. 특히 무증상 감염자도 이날 64명이 나왔다. 역외에서 유입된 무증상 감염자가 26명이다.
4일 베이징 올림픽삼림공원 주변에는 방역기간에 모임을 금지한다는 붉은색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사진=김명룡 기자
[닝보(중 저장성)=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현지시간) 중국 저장성 안지현 티안후앙핑의 한 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지역을 찾아 주민들과 교감하며 민생 챙기기에 나섰다. 2020.03.31.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생산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질병이 해외에서 유입되거나 국내에서 재확산하는 것을 계속 막아야 한다"며 "일상에서 전염을 막는 것이 주거구역의 주요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 주거구역(社區) 근무자들에게 "이번 방역 활동에서 주거구역의 공로가 매우 크지만 맡은 임무가 여전히 많고 무겁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최근 저장(浙江)성을 시찰하면서 야외에서 주민들을 만날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는 방역에 대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주민들이 일상에 복귀하라는 메시지로도 평가됐다. 최악의 상태로 추락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업무복귀와 일상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외교소식통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2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은 타격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며 "중국 지도보다 감염예방 업무를 이유로 마냥 경제를 묶어둘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섣불리 정상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코로나19의 재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며 "경제활동을 재개하겠단 중국 정부의 스탠스가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4~6일 칭밍제 연휴기간 성묘도 제한하고, 외국인 입국자 제한조치를 이어가는 등 코로나19 방역의 고삐를 다시 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