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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들어 집사람까지 재택근무 대열에 합류하자 의도치 않게 집이 코워킹 스페이스(공유오피스)가 됐습니다. 거실 식탁에 노트북을 펼친 한 사람과 서재 PC로 작업하는 나머지 한 사람.
돌아서면 끼니 준비할 시간, 바깥 출입을 안 하는데 왜 집안에는 하루 만에 이리 먼지가 쌓이는지. 쌓여가는 택배 배달박스와 음식물 쓰레기에 슬슬 짜증이 밀려올 때쯤 다시 냉장고를 뒤적이며 '이번엔 뭘 먹지'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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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이 무너지고 '갇혀' 지내는 하루하루가 계속되니 새삼 집이 전과 달리 보입니다. 분명 같은 집인데, 아침에 허겁지겁 나가 저녁에야 파김치가 돼서 쓰러져 자던 공간이 하루 24시간을 좌우합니다. 집 자체의 공간 효율성과 쾌적성이 삶의 질과 직결되게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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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는(buying) 곳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라던 설교가 와닿지 않더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지금 비로소 집이란 공간이 다시 보입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었고 강남의 아파트 시세가 3.3㎡당 1억원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이 비싸디 비싼 집을 우리는 얼마나 누리고 활용하며 살고 있는 걸까요.
사람 대신 쓸데없는 짐과 버리지 못한 물건이 3.3㎡당 1억원대 아파트를 점유하고 있다면 그 집은 시세와 상관 없이 쾌적한 집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집 주인이 집과 짐에 눌려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뜻밖의 재택근무에 몇㎡짜리 집이냐보다 실제 몇㎡를 쓰며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지난 수년간 서울과 수도권 규제 무풍지대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내 소유가 아니라, 혹은 남의 집보다 덜 올라서 속상했다면 집안 곳곳을 한 번 둘러보는게 위안이 될 듯합니다. 내일을 예견하기 힘든 시기에 사회와 거리를 둘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준 우리 집이니까요.
오늘은 한동안 포기했던 '미니멀 라이프' 유튜브 영상을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