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집에 있는 줄 알었던 사람들 여기 있었네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이재은 기자 2020.03.14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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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북서울꿈의숲 전경./사진=한민선 기자지난 13일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북서울꿈의숲 전경./사진=한민선 기자


"놀고 싶은데…밀폐된 공간에는 가지 말라고 해서요"

13일 오후 1시,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북서울꿈의숲 벤치에선 초등학생 6명이 모여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이들에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공원으로 놀러 나왔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올해 13살이 된 김나연양(가명)은 "개학이 연기되서 친구들과 놀러 나왔다"며 "실내는 위험하다 해서 여기로 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공원, 산책로 등 감염 가능성이 낮은 야외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이날 공원에는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모들이 눈에 띄었다. 개학이 오는 23일까지 미뤄진 가운데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려 실외 놀이시설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들은 마스크를 쓴 채 자전거, 킥보드를 타거나 놀이터에서 놀았다.

북서울꿈의숲 부근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30대 여성은 이날 두 자녀와 함께 나왔다. 그는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나왔다"며 "놀이터는 다른 아이들도 있고 위험해보여서 혼자 킥보드를 타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스크를 쓰고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만 않는다면 야외는 안전할 것 같다"며 "애한테도 혼자 놀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코로나19 피해서 야외로
지난 8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뚝섬한강공원 전경./사진=이재은 기자지난 8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뚝섬한강공원 전경./사진=이재은 기자
따듯한 봄 날씨를 보였던 지난 주말에도 각종 공원에 사람들이 몰렸다. 지난 8일 서울 날씨가 최고 기온 17도까지 오른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던 시민들은 답답한 마음에 야외 시설을 찾았다.

지난 8일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4.19민주묘지의 경우 공원에 있는 수십여개의 벤치에 빈자리가 거의 없을 수준이었다. 가족 단위로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마스크를 낀 채 산책을 하거나 공원 이곳저곳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이 공원은 인파가 몰리면서 방역에 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공원 정문에는 손소독제가 비치돼 있었고 '마스크 미착용 입장 금지'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공원 안내 방송으로도 사람 간의 접촉을 피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권고가 계속됐다.

이날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숲을 방문한 이모씨도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특히 어린애들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이 '역대급'으로 많았다"며 "심지어 공원에 있는 테이블을 차지하려는 경쟁까지 벌어질 정도로 붐볐다"고 했다.

공원 옆 카페도 북적북적…"야외도 감염될 수 있다"
지난 13일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북서울꿈의숲 근처 카페 모습./사진=한민선 기자지난 13일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북서울꿈의숲 근처 카페 모습./사진=한민선 기자
문제는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해 실외 시설을 찾았다가도, 카페, 음식점, 화장실 등 실내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감염을 막기 위해 최대한 실내 시설을 이용하지 않거나, 불가피하게 이용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서울숲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를 방문한 A씨(29)는 "산책하다 목이 말라 음료를 사러 갔는데, 주문하려고 10분 넘게 줄을 섰다"며 "카페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닥다닥 앉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가 걱정되서 야외로 왔는데, 오히려 카페에서 전염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오후 4.19민주묘지 부근 카페거리에 있는 카페들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유명 카페들의 경우 만석이거나 야외 좌석만 남아 있을 정도였다. 한 카페에서 빈 좌석을 찾던 20대 여성은 "코로나 땜에 사람 없다더니 여기 다 있네"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야외에서도 감염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야외에서도 사람들과 비말(침방울)이 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면 감염자의 재채기로 감염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19는 비말감염이 주를 이루는데 야외든 실내든 비말이 튈 정도의 거리에 있으면 감염될 수 있다"며 "밀착 접촉을 조심해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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