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브레이커'에도 7% 폭락…12년래 최악의 뉴욕증시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3.1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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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마감]

'서킷브레이커'에도 7% 폭락…12년래 최악의 뉴욕증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9일 이후 최악의 날이었다. 뉴욕증시가 '서킷 브레이커'(일시매매중단조치) 발동에도 불구하고 끝내 7% 이상 폭락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전격 증산이 불러온 유가 폭락이 증시 패닉의 도화선이 됐다.



사우디 증산에 유가 25% 대폭락...29년래 최대 하락
9일(현지시간)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013.76포인트(7.79%) 급락한 2만3851.0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 500 지수는 225.81포인트(7.60%) 내려앉은 2746.56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624.94포인트(7.29%) 떨어진 7950.68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선 개장 직후 S&P 500 지수가 7%대 폭락하면서 4분만에 '서킷 브레이커'(일시매매중단조치)가 발동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건 '피의 월요일'로 불린 1997년 10월27일 이후 약 22년여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15분간 거래가 중단됐지만 시장의 투매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국제유가가 29년만에 최대 폭락세를 연출하면서 에너지주 중심으로 팔자 주문이 쏟아졌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0.15달러(24.6%) 급락한 31.13달러에 마감했다. 1991년 1월17일 이후 29년만에 가장 큰 하락률이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5월물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이날 밤 9시36분 현재 10.9달러(24.1%)나 내려앉은 34.28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6일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하루 150만배럴의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가 무산됐다.

그러자 사우디는 7일 오히려 석유 증산과 원유공식판매가격(OSP)의 배럴당 6~8달러 인하를 발표했다.

사우디의 증산 결정은 러시아를 감산 협상 테이블로 다시 불러내고, 상대적으로 채산성이 낮은 미국 셰일석유 업체들을 고사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美연준, 증시 패닉에 90조원 유동성 긴급 투입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패닉에 빠진 증시를 구하기 위해 750억달러(약 90조원)의 유동성을 추가로 긴급 투입키로 했지만, 주가 폭락을 막지는 못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연준에서 공개시장조작을 맡고 있는 뉴욕연방준비은행(뉴욕연은)은 이날 하루짜리(오버나이트) 초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RP(환매조건부채권) 거래 한도를 오는 12일까지 기존 1000억달러에서 15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2주짜리 기간물 RP 한도도 종전 200억달러에서 450억달러로 확대됐다.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단행됐다. 뉴욕연은은 "금융시장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긴급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연준이 정례 FOMC 회의를 거치지 않고 금리를 인하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여만에 처음이다.

시장은 대폭적인 추가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18일 정례 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60%, 100bp 내일 가능성을 40% 각각 반영하고 있었다.

트럼프, 코로나 유급병가 확대 검토…11일 월가 대책회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주가 폭락의 책임을 국제유가와 가짜뉴스에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 가격와 흐름을 놓고 다투고 있다"며 "이것과 가짜뉴스가 주가 급락의 이유"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CNN 등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로 부르며 이들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코로나19에 대해 "삶도, 경제도, 아무것도 폐쇄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며 거듭 위험성을 경시하는 주장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급락에 대해선 "휘발유 가격이 내려간다"며 "소비자에겐 좋은 일"이라고 했다.

한편 백악관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유급병가 확대와 중소기업 긴급 지원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1일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월가 경영진들을 불러모아 금융시장 대책을 논의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 백악관 참모들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급병가 확대, 중소기업 긴급 지원 등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정책 목록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소기업 지원 방안에는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업종에 대한 세금 유예, 긴급 유동성 투입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참모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지역을 돕기 위한 자금 지원도 논의 대상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와 재무부는 최근 10일 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피해 대응책을 논의해 왔다. 최근 WP는 백악관이 항공, 여행, 크루즈 산업 등에 대한 세금 유예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CNBC에 따르면 백악관은 오는 11일 월가 은행 경영자들을 초청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책 회의를 열 예정이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도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참석 대상에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 은행 경영진들이 포함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유럽증시 7% 뚝…이탈리아 11% 폭락
유럽증시도 약 7% 급락했다. 코로나19의 유럽내 슈퍼전파국이 된 이탈리아의 증시는 무려 11%나 폭락했다.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 거래일보다 27.30포인트(7.44%) 떨어진 339.50에 거래를 마쳤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가 2323.98포인트(11.17%)나 급락한 1만8475.91을 기록하며 유럽증시의 하락세를 이끌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지수는 916.85포인트(7.94%) 내린 1만625.02,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는 431.20포인트(8.39%) 떨어진 4707.91로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96.78포인트(7.69%) 하락한 5994.04를 기록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강보합세였다. 이날 오후 4시38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금은 전장보다 4.20달러(0.25%) 상승한 1676.60달러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는 약세였다. 같은 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95% 내린 95.04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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