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없으면 영업 못해요"…덩달아 뜨는 푸드테크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0.03.2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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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가 바꿨다…언택트 경제학 ④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언택트(비대면) 소비문화가 급확산하고 있다. 엄마는 e쇼핑으로 생필품을 구매하고, 아이들은 화상솔루션을 통해 영어학원 수업을 듣고, 가족 모두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영화를 즐긴다. 언택트에 최적화된 소비패턴변화와 기술발전에 힘입어 급팽창 중인 언택트 경제의 ‘A To Z’를 살펴본다.

배달의민족 /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요즘 같은 시국에 배달 없었으면 어땠을지 아찔합니다. 매장에 와서 드시질 않아요."

배달 열풍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대되면서 배달앱 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은 배달 음식을 선호하고, 손님이 뚝 끊긴 음식점들은 서둘러 배달 앱에 가입하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손님과 매장 직원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키오스크, 로봇 등 푸드테크를 도입하는 외식업체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물 만난 배달업계…국가 재난 반사이익에 '표정관리'
배달앱 업계는 코로나19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세가 급증하면서 주문 건수가 대폭 늘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1월 19일~2월 23일 SNS채널에서 배달 키워드를 빅데이터 조사한 결과, 확진자가 나오기 하루 전인 1월 19일에는 3879건이었던 ‘배달의 민족’ 등 배달 키워드 정보량이 확진자 수 600명을 넘긴 2월 23일엔 7013건으로 껑충 뛰었다. 전월 25일과 비교하면 3배 이상 급증한 수치.



실제 배달의민족의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8일까지 주문건수는 2주 전(2월10~2월23일)보다 8.4% 늘었다. 요기요도 2월말 주말 전체 평균 주문 수가 한달 전에 비해 17% 늘었다. 이같은 증가세는 향후 수개월 간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불안감으로 당분간 외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앱 기능 덕분에 배달 기사와 주문객이 직접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 지난달 배달 주문 시 ‘문 앞에 두고 가세요’라는 메시지를 선택한 이용자는 전월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역시 대면 접촉이 최대한 없도록 현장결제가 아닌 온라인 선결제, 결제 시 요청사항에 ‘현관 앞에 두고 가세요’ 식의 글을 남기도록 공지하고 있다.



외식 업체들은 매장 방문 빈도가 떨어지면서 배달 서비스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1월 말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배민라이더스 입점 문의 건수는 1054건으로 전월 동기간보다 27.1% 증가했다. 보쌈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매장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은 물론 방문해서 포장하는 수요도 줄었다”며 “배달 서비스 없이는 영업이 어려울 것 같아 가입하기로 결정했다”고 토로했다.

배달앱 업계는 매출이 늘어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처지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으로 반사 이익을 누린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배달음식 주문 비율도 다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LG전자와 CJ푸드빌이 지난1월 31일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에  'LG 클로이 서브봇'을 선보였다. LG전자가 서브봇을 실제 매장에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에 방문한 고객들이 LG 클로이 서브봇을 체험하고 있다. / 사진제공=LG전자 제공LG전자와 CJ푸드빌이 지난1월 31일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에 'LG 클로이 서브봇'을 선보였다. LG전자가 서브봇을 실제 매장에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에 방문한 고객들이 LG 클로이 서브봇을 체험하고 있다. / 사진제공=LG전자 제공
외식업계 푸드테크 속속 도입…비대면 추세로 활성화 탄력
비대면 소비 문화가 확산되며 외식업계는 ‘푸드테크’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푸드테크’는 식품 관련 서비스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신산업을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애초에 ‘푸드테크’는 인건비 절감 등 운영 효율화를 위해 도입됐다.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비대면 결제 추세도 반영된 선택지였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푸드테크’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키오스크가 대표적이다. KFC는 2017년 키오스크를 처음 도입한 후 불과 1년 만에 특수매장을 제외한 모든 일반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도 전국 점포 60%에 키오스크를 적용했다. 키오스크는 24시간 동안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으며 고객이 직접 사용하는 셀프 시스템이다. 때문에 점원과 고객 간 접촉이 필요 없다. 또 인건비 절감 뿐 아니라 정확한 수입집계도 가능하다.

사람의 단순 노동을 대신하는 로봇도 눈에 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제일제면소는 1월말 LG전자와 공동개발한 ‘LG 클로이 서브봇’을 서울역사점에 도입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엔 빕스 등촌점에 ‘LG 클로이 셰프봇’을 설치했다. BBQ도 지난해 12월부터 헬리오시티에 프리미엄 카페형 매장을 열어 로봇이 서빙해 주는 푸드봇, 자리에서 직접 태블릿으로 주문할 수 있는 태블릿 오더, 셀프 주문시스템인 스마트 키오스크 등을 적용했다.

배달업계에선 우아한 형제들이 '푸드테크'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우아한형제들은 LG전자와 손잡고 배달로봇 상용화에 나섰다. 양사는 LG전자의 인공지능(AI) 및 실내 자율주행 로봇 개발 능력과 우아한형제들의 서비스 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배송로봇 등 각종 로봇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앞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1월 실내 자율주행형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를 식당에 공급, 운영하는 렌탈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식당 로봇 상용화의 시작을 알렸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인건비 절감과 비대면 결제에 대응하기 위해 푸드테크를 도입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되며 키오스크, 로봇 등 푸드테크 도입을 고려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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