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 본입찰 'D-9' KB금융, 영구채 발행 '만지작'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20.03.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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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덴셜 본입찰 'D-9' KB금융, 영구채 발행 '만지작'


KB금융 (81,600원 0.00%)지주가 4000억원 안팎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 중이다. 2조원대에 달하는 푸르덴셜생명 인수 자금을 일부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또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이 오는 19일 푸르덴셜생명 본입찰을 앞두고 영구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인수대금 외에도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자회사 등 투자사 가치가 자기자본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부채를 일으켜 금융사를 인수하는 데 따르는 재무건전성 악화를 제어하기 위한 장치다.

예컨대 자기자본이 100억원인 금융지주가 설립하거나 인수한 자회사의 장부가치가 120억원이면 이 지주사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0%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사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최대 130% 이내로 제한한다.



KB금융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125.6%. 국내 금융지주사 중에서 가장 높다. 여기에 4000억원 신종자본증권을 자기자본에 추가하면 비율은 123.0%로 낮아진다.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고 해서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130% 이내로 맞출 수는 없다. 만약 2조원에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133.2%로 치솟는다. 이 계산대로면 자기자본 내에서 KB금융이 동원할 수 있는 돈은 9000억원을 밑돈다.

인수자금을 충당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자회사들로부터 배당수입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배당수익과 주주배당 차액은 자산으로 남는다. KB금융은 2013년 자회사들로부터 2820억원 규모의 배당을 받다가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된 2014년부터 작게는 3155억원에서부터 많게는 6869억원까지 배당 수령액을 늘렸다.


올해 KB금융이 주주들에게 약속한 배당총액은 8611억원. 이변이 없다면 지난해에 이어 자회사들로부터 걷어 들일 배당액이 1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주식 발행 카드도 있다. 발행가에서 액면가를 뺀 주식발행초과금 역시 자기자본에 추가된다. 주가 변동성이 큰 시기에 주주들에게 부담을 안기고 흥행 가능성도 낮은 보통주보다는 우선주가 먼저 고려될 여지가 크다. KB금융은 발행 주식 중 우선주가 없다.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KB금융이 보유 중인 현금은 약 1100억원. 최근 발행한 후순위채권을 포함하면 5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KB금융 관계자는 “주가 변동성이 큰 시기인 데다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푸르덴셜생명 인수 자금 마련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푸르덴셜생명은 1991년 국내 진출했다.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이 500%를 넘어서는 등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크게 웃돈다. 중견 생보사로서 견실한 경영상태를 유지해와 국내 금융지주들이 줄곧 눈독을 들여온 곳이기도 하다. KB금융과 우리금융, MBK파트너스 등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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