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아파트 확진자 마주친 적도 없는데…"유치원 보내지 마세요"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0.03.0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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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12명? '서울숲더샵' 거주민에 등원금지 요구…한달전 '헬리오시티' 닮은꼴

편집자주 대한민국 아줌마입니다. 복부인을 꿈꾸나 역량 부족이라 다음 생으로 미룹니다. 이번 생은 집을 안주 삼아 '집수다'(집에 대한 수다)로 대신합니다. 짬 나는대로 짠 내 나는 '집사람'(집에 얽힌 사람) 얘기를 풀어봅니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더샵'에서 보이는 한강 조망/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서울 성동구 '서울숲더샵'에서 보이는 한강 조망/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40대 초반 직장인 T는 현재 거주 중인 서울 성동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12명의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실거주 중인 T씨가 알기로는 확진자 2명이 아파트 거주민이고 나머지는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그 가족들인데 그 새 2명이 12명으로 늘었나 싶어 경악한 것입니다.

다행히 2명이 거주민이 맞지만 그 이후 아이가 등원을 앞둔 사립유치원에서는 3월 한달 간 아이의 등원을 미뤄달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유치원 학부모들의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서 해당아파트 거주자들에게 일일이 '등원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인인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더샵' 아파트 주민의 실화입니다. T는 "확진자 2명이 사는 동과 동떨어져 있고 동선이 겹치지도 않아 (서울 합동역학조사반으로부터) 자가격리나 코로나 19 검진조차 권고받지 않았는데, 이 아파트 주민이란 이유로 유치원에서 등원을 하지 말라니 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숲더샵은 영화 '럭키'에서 주인공 유해진이 거주하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로 총 495가구 3개동 최고 42층의 주거시설입니다. 2호선 한양대역 인근에서 입주 6년이 안된 신축아파트로 한강 조망권을 자랑하는 희소성을 갖췄지만 뜻밖에 코로나 19 피해주가 됐습니다. 지난달 초 먼저 홍역을 치른 '헬리오시티'와 닮은꼴입니다.



지난달 송파구에선 1만 가구 규모의 헬리오시티에서 거주자 1명이 코로나 19 확진자로 알려져 집단 감염 우려가 제기된 바 있습니다. 싱가포르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감염된 19번 확진자로, 신속한 자가격리로 인해 접촉자나 이동 경로가 많지 않아 우려가 현실화되진 않았습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송파구 '헬리오시티'/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하지만 당시에도 송파구 학원가엔 속칭 '헬리오시티 금지령'이 내려졌습니다. 송파구에 있는 일부 학원들은 학부모들에, '헬리오시티 거주 학생은 당분간 등원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단체문자를 보내 헬리오시티 거주민들의 등원을 막았습니다.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인근 지역 학부모들의 민원이 그만큼 거셌다는 것입니다.

서울은 주택유형의 58%를 아파트가 차지할 정도로 민간건축물 중 아파트 비중이 큽니다. 아파트 비중이 우리보다 높은 홍콩에서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유행할 당시 대소변에 남아 있던 바이러스가 에어로졸 상태로 전파, 아파트 전체로 퍼져 한 달 간 328명이 집단 감염된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경우 사스와 달리 주된 감염 경로가 비말감염이고 다만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기침과 재채기를 했을 때 침방울 안에 있던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고, 환자의 침방울이 튈 정도로 가까운 거리(2m 이내)에서 주로 일어납니다.

확진자가 1명 발생했다고 아파트 단지 전체를 바이러스 취급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전불감증도 문제지만 과잉대응으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일찌감치 '배척'을 학습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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