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절박한 코로나19…신종플루·에이즈·에볼라약 투입 효과는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2.24 16:48
글자크기
 5일 오후 서울 금천구 코젠바이오텍에서 연구원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진단시약을 제조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5일 오후 서울 금천구 코젠바이오텍에서 연구원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진단시약을 제조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효과 있다?

일본 정부가 전국 코로나19 환자 치료용으로 ‘아비간’(일반명 Favipiravir) 배포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그 효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본 보건당국이 쓰기로 한 아비간은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다. 코로나19와 같은 RNA(리보핵산)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데 효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약품은 선천적 장애 유발 등 일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임산부에겐 투약할 수 없고, 긴급 처방이 요구되는 신종 전염병에 관해서만 정부에 허락을 얻어 사용하도록 돼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 환자에게 아비간을 시험 투약한 결과 환자의 증상이 완화됐고, 무증상 감염자의 증상 발현을 방지하는 효과도 얻어 이 약을 보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19는 아직 특효약이 없다. 맞춤형 치료제 개발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공인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나 치료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국내외 코로나19 확진 환자와 사망자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대증요법 등의 치료법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효과적인 치료옵션이 더 절실해진 상황으로 치닫게 되면서 기존 치료제를 짧은 임상을 거쳐 재활용하는 대응법이 전 세계에서 속속 시도되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보편적으로 쓰는 코로나19 처방 약물로 에이즈 치료약인 ‘칼레트라(Kaletra)’를 꼽는다. 칼레트라는 단백질 분해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로피나비르(lopinavir)와 리토나비르(ritonavir)의 혼합제로 에이즈 증식에 필요한 효소 활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 약을 주된 대안 치료제로 쓰는 이유는 코로나19를 일으킨 바이러스와 에이즈 바이러스의 태생(RNA 바이러스)이 같아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데다 개발·출시된 기간이 다른 후보 약물보다 오래된 만큼 비교적 안정성도 확보했다는 계산이 따라서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사람 몸의 세포로 들어가 스스로 복제·증식하면서 인간 세포를 파괴해 나간다. 칼레트라는 이런 일련의 과정, 즉 바이러스가 세포막을 뚫고 침입하는 1단계, 세포 속에서 증식하는 2단계 등 체내에서 이뤄지는 특정 단계를 관련 효소 억제제를 써 모두 무력화한다. 실제 지난 3일 태국 보건부는 코로나19 환자인 71세 중국 여성에게 칼레트라와 독감 치료에 쓰이는 타미플루 혼합물을 투여해 치료 효과를 봤다고 발표한 바 있다. 태국 의료진은 “약물 투여 후 48시간 만에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에서도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칼레트라를 투여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고 국립중앙의료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임상 TF(태스크포스)도 지난 11일 코로나19 확진자 중 고령·중증인 1번과 4번 환자에게 이 약물을 투약했다. 다만, 의료 관계자들은 칼레트라를 단독으로 계속 사용할 경우 약제 내성이 나타나 내성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다른 약품과의 병합 치료요법 사용을 권한다.

아비간·칼레트라와 함께 대안 치료제 물망에 오른 약물로 ‘렘데시비르’가 있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하던 핵산 작용제 약물이다. 현재 중국에서 이 약물로 코로나19 치료 3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렘데시비르도 다른 치료제와 같이 작용 원리는 같다. 바이러스 RNA와 결합해 바이러스 복제를 막는다.

원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인체 내 효과 입증에 실패해 한동안 정체기를 맞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들어 가장 유망한 후보 물질로 반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 미국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 환자 치료에 사용됐는데, 투여 하루 만에 증상을 현저히 완화하며 전 세계 이목을 모았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렘데시비르를 치료제로 활용하기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치료제에 관한 임상 실험을 진행 중”이라며 “빠르면 3주 안에 예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렘데시비르’를 이달 중 환자에게 투여해 내달 말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임상 시험에 착수했다. 중국 보건 당국도 308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임상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