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가는 삼성…트럼프가 초대장을 보낸 이유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2.2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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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브리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올 봄 삼성전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5G(5세대) 이동통신장비 시장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배제할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4월초 백악관, 삼성·노키아·에릭슨 등과 5G 서밋 개최"
2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미 행정부 당국자는 "4월초 백악관에서 '5G 서밋(정상회의)'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5G 분야에서 화웨이의 우위를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동맹국의 기업들을 초청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핀란드의 노키아, 스웨덴의 에릭슨 등이 초청 대상"이라고 전했다.

방송은 이번 회의가 화웨이의 5G 장비를 사용하지 않도록 동맹국들에 촉구하는 한편 기술 관련 정보들을 수집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참모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NEC(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도 이 같은 계획을 공식 확인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커들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략 한달 뒤 회의를 하려고 한다"며 "참석자에 삼성이 포함될 것이고, 노키아와 에릭슨과도 긴밀하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도 회의에 부분적으로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5G 이동통신망 구축에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할 경우 중국 공산당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동맹국들을 상대로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해왔다.


"화웨이 없이 어렵다" 美핵심동맹 영국마저…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전세계 5G 통신장비시장에서 여전히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전세계 5G 통신장비시장에서 화웨이는 31.2%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에릭슨(25.2%)과 노키아(18.9%)가 뒤를 이었고, 삼성전자는 15%로 4위였다.

화웨이의 5G 장비를 도입한 통신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유럽 사업자다. 영국의 보다폰과 쓰리·EE, 독일의 텔레포니카·도이치란트, 노르웨이의 텔레노어, 이탈리아 TIM, 스위스의 선라이즈, 포르투갈의 알티스 등이 화웨이의 5G 장비를 사들였다.

특히 영국은 미국의 핵심 군사정보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다섯개의 눈)의 일원임에도 화웨이의 장비를 구매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을 샀다.

네트워크 핵심 부품에선 화웨이를 배제하고 비핵심 부문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이 35%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미국을 완전히 이해시키진 못했다.

영국은 5G 통신장비 분야에서 화웨이를 대체할 기업이 마땅치 않다고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의 요구대로 화웨이의 장비를 완전히 배제할 경우 5G 서비스 경쟁에서 수년 뒤처질 수 있다는 논리였다. 독일도 같은 이유로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다.

화웨이는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장의 조업을 재개했다. 납품받은 통신장비들을 차질없이 공급하기 위함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5G 통신장비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크게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화웨이와의 격차는 남아있다"며 "화웨이를 빼고 5G 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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