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회계관리제도 '복병'…3월 주총 변수되나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02.2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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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정기주주총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의견이 의외의 복병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비적정 사례는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인증 수준이 강화된 내부회계관리에서 비적정 사례가 상당수 나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재무제표 상의 오류와 부정·비리를 막기 위해 관련 재무업무를 관리하는 내부통제시스템을 말한다. 2009년부터 외부감사인이 상장사와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 비상장사에 검토의견을 달아왔고, 지난 2018년부터는 외부감사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개정으로 인증수준이 '검토'에서 '감사'로 격상됐다.



지난해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기업에 적용됐고 올해는 5000억원에서 2조원 중견기업, 내년은 1000억원 이상 5000원 미만, 2023년에는 자산총액 1000억원 미만의 모든 상장사로 적용대상이 확대된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왜 문제되나
내부회계관리제도 '복병'…3월 주총 변수되나


10년 넘게 운영돼온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왜 이제 와서 문제가 될까. 회계업계는 과거 방식에 따른 기업들의 미흡한 관리제도를 지적한다.



기존 '검토'는 회사가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자체점검하고 그 결과를 정리한 '운영실태보고서'를 대상으로 감사인의 검증이 실시됐다. 회사의 내부통제에 대해 감사인이 담당자와의 질문을 통해 검증절차를 수행하는 소극적인 인증절차다.

하지만 '감사'로 인증수준이 격상되면서 감사인은 매출, 구매, 생산 등 기업의 주된 활동과 관련된 회사의 주요 내부통제 전반을 검증한다. 감사인이 회사의 통제활동을 현장에서 관찰하는 등 직접 검증절차를 수행하는 식이다.

이같이 '검토'를 받던 상장사들의 감사준비는 더딜 수밖에 없어 당국도 규제적용 대상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올 3월 감사대상은 자산규모 2조원 이상으로 코스피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코스닥 상장사는 3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규모가 큰 코스피 상장사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지난 1월 삼정KPMG가 발간한 '감사위원회 저널13호'에 따르면 신외감법에 따라 내부회계관리규정에 '내부신고제도'를 새로 포함해야 하지만 코스피200 기업 중 이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이 34곳으로 나타났다.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 의견을 받는다면
내부회계관리제도 '복병'…3월 주총 변수되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의견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재무제표 감사의견과는 내용과 형식이 다르다. 재무제표 감사의견은 '적정' 외에 △부적정 △의견거절 △한정 등 비적정 의견을 다는 반면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서술식으로 의견을 낸다.

'적정'은 모범규준에 근거하여 효과적으로 설계·운영되고 있다는 설명, '비적정'은 중요한 취약점이 발견됐다며 특정항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 의견을 받더라도 시장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 재무제표 감사의견에서 '비적정'을 받는 경우 관리종목 지정 또는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 등 중징계가 내려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코스닥 상장사는 '비적정' 의견을 받게 되면 투자주의 환기 종목에 지정된다. 2년 연속일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비적정 의견이 나오면 평판 하락 영향이 클 것"이라며 "주가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시장우려 감안…금융위 "계도 중심으로 감독"
금융위원회 / 사진제공=금융위금융위원회 / 사진제공=금융위
금융당국도 이 같은 업계의 우려를 감안해 내부회계관리제도 감리는 당분간 계도 중심으로 감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감사에서 '비적정' 의견이 나와 감리대상이 될 경우 징계를 내리기보다 추후 개선을 독려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당국의 입장은 외부감사인에게도 지나치게 엄격한 감사는 지양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제도시행 첫해인 만큼 시장혼란을 줄여 제도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중견기업, 중소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인증기준이 강화되면서 제도구축을 위한 당국의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상장협에서 중소기업들을 위한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있다"며 "감리영역에서도 감사인이 중요취약점을 잘 식별해냈는지 근거를 세우기 위한 방법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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