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돈…리만 사태 때보다 MMF로 더 많이 몰린다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20.02.2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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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돈…리만 사태 때보다 MMF로 더 많이 몰린다


"시장에 돈은 많은데 갈 곳이 없다"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등으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단기금융펀드(MMF)에는 올 들어 44조원 이상 뭉칫돈이 몰렸다.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자 시각이 부정적인데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투자 대신 '일단 지켜보자'는 투자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MMF 설정액은 전날보다 2300억원(0.2%) 증가한 147조6019억원을 기록했다. MMF 설정액은 지난 14일 148조9072억원을 찍으며 사상 최대치 기록을 경신했다.

MMF(Money Market Fund)는 금융투자회사가 고객의 돈을 모아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돌려주는 단기성 실적배당형상품이다. 투자금액 제한이 없고, 가입 하루 만에 해지해도 환매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MMF 설정액은 지난 2017년 5월 17일 138조3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 수치를 넘어선 이달 5일(139조5020억원) 이후부터 연일 최고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MMF 설정액은 올 들어 급증하고 있다. 1월 한 달 동안 시중 여유자금 유입 등에 힘입어 23조5321억원(22.4%) 증가했다. 2월 들어서도 지난 14일까지 20조5145억원(16.0%) 증가했다. 불과 한 달 반 만에 44조466억원이 유입됐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MMF는 증시의 부진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임시로 머무는 곳"이라며 "리만 사태 이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초강세를 보였던 2009년 보다 더 많은 자금이 최근 MMF에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이번 MMF설정액의 대규모 증가는 국고 자금과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 법인의 자금이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과거 이와 같이 짧은 시간에 대규모로 MMF설정액이 증가한 경우는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는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것도 아닌데 투자자들이 매우 경직된 모습"이라며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사모펀드 관련 이슈 등으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증가한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기회복 이슈 등이 불거지면서 더욱 더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단기 유동성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증가한 단기 유동성이 어디로 흘러갈 지는 미지수다. 일단 '대기' 상태의 상당수 자금들은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과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을 찾고 있다.

최근 대형 증권사의 강남권 PB센터는 6개월 만기, 기대수익률 2.7%의 아파트 프로젝트파이낸스(PF) 대출 관련상품을 팔았는데, 한도 300억원이 순식간에 동났다.

일각에선 정부가 세제혜택 등을 통해 돈이 흘러갈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시장의 돈은 한곳에 고이지 않고 흘러야 정상"이라며 "그렇지 못할 경우 경제가 활력을 잃고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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