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서 언급도 못한 '원전' 정책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20.02.1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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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2020년 업무보고]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2.17. /사진=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2.17. /사진=뉴시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에 '원자력 발전' 정책이 자취를 감췄다. 원전 산업 생태계 붕괴 위기 속 지원책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대통령의 확도한 탈(脫)원전 의지 앞에선 한참 후순위로 밀렸다.

산업부가 이날 배포한 '흔들리지 않는 산업강국' 업무보고 자료는 총 23페이지 분량이다. 이중 원전 관련 정책은 '제로'(0)다. 부처 업무보고는 정부 부처가 대통령에게 1년 동안의 주요 정책방향과 추진계획을 설명하는 행사로, 각 부처의 한 해 정책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이정표다.



올해 5개 항목으로 구성된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에너지 정책은 '깨끗한 에너지'라는 이름으로 4번째에 배치됐다. 대부분의 분량은 수소경제에 할애됐다. 나머지는 △대규모 태양광·풍력 프로젝트 조기 착공 △발전용 LNG 가스터빈 자립화 △에너지융복합단지 추가 지정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 등 안정적 에너지 공급 △에너지 안전 강화 등으로 채워졌다.

서두에 제시한 정책방향엔 '에너지전환을 수소‧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신산업 창출의 기회로 활용', '국내시장 확대 및 신성장동력화'라고 적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호기 공사현장 전경. 원자로가 설치될 원통형 원자로건물의 외벽 건설 작업이 한창이다./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호기 공사현장 전경. 원자로가 설치될 원통형 원자로건물의 외벽 건설 작업이 한창이다./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원전 관련 정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1년 전 나온 2019년 업무보고에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강조하면서도 "원전산업 핵심 생태계 유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산업부는 원전기업지원센터 운영 등을 통해 원전 분야 중소 협력업체를 지원하고 해외 수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신산업 육성 차원에서 고리 1호기 해체를 계기로 원전해체 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업무보고도 제조업 혁신 전략에 방점이 찍혀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정책이 뒤로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1년새 원전 관련 정책이 아예 자취를 감춘 것이다.


정부는 탈원전에 따른 원전산업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해 해외 수출과 해체, 폐기물 처리 등 후행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올 한 해 정책 밑그림에 이러한 내용을 전혀 담지 않으면서 추진 의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현재 원전 산업 생태계는 일감 부족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산업부 단독보고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4개 부처가 같이 업무보고를 하게 돼 주제인 '혁신성장' 관련 내용을 꼽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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