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두고 내용증명에 檢 수사까지…분쟁 본격화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한정수 기자 2020.02.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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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證, 신한금투 등 TRS 3사에 "정상분배금 우선 청구하지 말라"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에서 최근 6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 브리핑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에서 최근 6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 브리핑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라임자산운용 환매자금 회수와 관련, 펀드판매 증권사가 라임운용과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피해를 본 개인 투자자들은 특별검사로 관련 의혹을 밝혀달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미 라임 사태와 관련한 각종 의혹들을 수사할 채비를 마친 상태다. 환매자금 회수와 손실 부담, 피해 회복 등을 둘러싸고 복마전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 12일 신한금융투자·KB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과 라임운용에 TRS 계약 관련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대신증권은 내용증명을 통해 해당 증권사들에게 라임펀드의 정상분배금을 일반 고객들보다 우선청구하지 말도록 요구했다. 이를 어겨 대신증권 고객에게 추가손실이 발생할 경우 해당 증권사에 법적책임을 물 수 있다고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말 기준 대신증권의 라임운용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1조1760억원이다. 대신증권은 이 가운데 총 692억원어치의 펀드를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운용사를 대신해 주식, 채권 등의 자산을 매입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계약이다. 이때 운용사는 담보비율에 따라 적은 돈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펀드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만 펀드에 손실이 발생하면 반대로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TRS 계약에 따라 증권사가 운용사에 제공한 유동성이 '대출'이라는 점이다. TRS 계약증권사가 펀드 청산시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청산금액이 적으면 적을수록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의 3개 모(母)펀드는 신한금융투자(약 5000억원), KB증권(1000억원), 한국투자증권(700억원) 등과 총 6700억원 규모의 TRS 계약을 맺고 있다.


이에 펀드판매사인 대신증권은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TRS 계약증권사들이 먼저 자금을 빼지 못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피해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신증권라임펀드 환매 보상 촉구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피해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신증권라임펀드 환매 보상 촉구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번 내용증명을 시작으로 라임펀드 사태가 투자자와 증권사, 증권사와 증권사 간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모펀드의 손실률이 확정되고 자펀드에 가입된 개별 계좌의 기준가가 확정되면 관련 소송전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외에 라임펀드를 대량판매한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다른 판매사들이 추가 법적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최근 라임사태 피해자들이 라임의 '프라이빗 뱅커'(PB) 등을 사기 및 자본시장법위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라임사태 피해자들은 지난 14일에는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신증권의 불완전판매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금감원 앞으로 이동해 시위를 이어갔다. 대신증권의 불법 의혹을 특별검사와 검찰 수사로 밝혀달라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도 금감원에 제출했다.

한편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등은 대신증권의 내용증명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신한금융투자는 앞서 지난 14일 "라임 환매 중단이 발생한 지난해 10월 이후에도 수수료나 담보비율을 상향하지 않았으며 라임과 협의를 통해 보다 나은 해결책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향후 진행될 검찰 수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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