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3년…원전 줄이니 석탄 15%, LNG 20% 늘었다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2020.02.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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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탈원전 후폭풍]

편집자주  ‘탈원전’ 3년 만에 국내 원전 생태계가 붕괴가 현실화했다. 세계적인 원전 기술을 갖춘 ‘원전산업 맏형’ 두산중공업은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원전기업이 몰려 있는 경남 창원시는 산업 쇠퇴에 따른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산업 생태계를 고려해 국가에너지 대계(大計)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신고리 4호기가 있는 새울원자력발전본부 전경 /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신고리 4호기가 있는 새울원자력발전본부 전경 /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국가 에너지 '백년대계'로 추진 중인 에너지전환 정책이 '탈(脫)원전' 프레임에 갇혀 소모적 논쟁만 벌어지면서 유무형의 국가적 손실이 커지고 있다.

원전은 60여년에 걸쳐 신규원전을 건설하지 않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비중을 감소시키는 것이어서 애초에 '탈원전' 프레임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간내 가능하지도 않은 '탈원전'에서 벗어나 정책의 미세조정에 나설 시점이라는 게 원전업계의 한 목소리다.



"대통령 공약이라..." 탈원전 프레임의 시작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에서 출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신규 원전 8기 백지화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노후원전 설계수명 연장 불허 등을 공약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따른 국민적 불안감 해소를 위한 공약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공약들은 일사불란하게 추진됐다. 2017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의 건설계획 자체를 취소하고 신고리 5·6호기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보류했다.



고리 2∼4호기, 월성 2∼4호기 등 노후원전 10기는 추가적인 설계수명 연장없이 2029년 가동을 정지키로 했다. 2022년까지 설계수명이 연장됐던 월성 1호기의 조기 가동 중단도 결정했다. 그나마 공사가 보류됐던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 절차를 거쳐 공사가 재개돼 지난해 문을 열었지만 신한울 3‧4호기는 여지껏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적 공존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신한울 건설원전 태풍피해 현황을 보고 받은 후 침수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2019.1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신한울 건설원전 태풍피해 현황을 보고 받은 후 침수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2019.1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제는 탈원전이 에너지 전환정책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신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비중을 확대시키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35%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렇다고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을 100% 대체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상대적으로 원전 의존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미 건설된 원전을 모두 가동 중단하지 않는 이상 60년 넘게 원전이 생산하는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야 한다. 결국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적 공존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현재 원전은 가장 효율적이고 저렴한 에너지 발전원이다. 지난해 발전원별 구입단가를 보면 원전은 60.76원으로 LNG(103.67원), 신재생(90.03원) 유연탄(78.97원)보다 월등히 저렴하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기간에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원전의 역할은 더욱 주목된다. 유엔 환경 프로그램(UNEP)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배출량 격차 보고서(EGR) 2019'는 한국에 대해 "탈원전 정책으로 발전 부문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난항을 겪고 있다"며 "2030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자체 감축 목표치 대비 15% 이상 증가할 것"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약속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37% 감축'이라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2017년 원전 가동률이 65.9%까지 떨어지면서 유연탄 사용량은 2016년 대비 14.7% 증가했고, LNG 사용량은 19.4% 증가했다.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원자력혁신연합(NIA)는 지난해 11월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원자력 발전을 활용하면 2030년까지 2017년 배출량의 최대 77%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30년까지 원전 가동률을 90%로 상향 조정하고, 원전 수명을 60년으로 연장,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강행한다는 전제가 깔린 분석이다. 보고서는 단순히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을 효율적으로만 활용해도 탄소배출을 약 40% 줄일 수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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