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아파트값 통계, 입맛대로 편식하는 정부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0.02.1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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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12·16 대책 이후 두달

편집자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2·16 대책의 목표가 강남 집값 잡기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강남 3구의 집값은 대책 6주만에 하락 전환했다. 서울도 상승폭을 좁혀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려했던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2·16 대책 두달을 긴급 점검했다.

엇갈린 아파트값 통계, 입맛대로 편식하는 정부


23.5%(KB국민은행) vs 11.3%(한국감정원)

13일 머니투데이가 양 기관에 문의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10일 이후부터 이달 초까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누적 집계한 결과다. KB 통계는 다수 시장 조사기관이 인용하고, 감정원 통계는 정부가 정책 결정에 참고하는 지표인데 격차가 2배다.

“2~3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는 수요자들의 날 선 반응과 “저금리 상황에서 이 정도면 안정적으로 관리한 것”이란 정부의 판단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할까. 두 기관의 통계 조사 방식을 비교해봤다.

표본 숫자는 KB가 많고, 조사 범위는 감정원이 넓어
감정원과 KB의 아파트값 상승률 조사 방식은 큰 흐름에선 비슷하다. 전국 아파트 약 1300만 가구의 시세를 매주, 매월 실시간으로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지역별 표본 단지를 선정해 가격 동향을 조사한다.



표본주택(아파트 기준) 수는 KB가 3만327가구로 감정원(1만6480가구)보다 많다. KB는 주간, 월간 조사 모두 동일 표본을 활용하며 감정원은 주간 상승률 집계 시 표본 수를 8008가구로 축소한다. 다만 시·군·구 조사 범위는 감정원이 261개로 153개인 KB보다 넓다.

서울 아파트 표본 수는 KB가 6432가구이며, 감정원은 별도 공개하지 않는다. 두 기관 모두 25개 자치구에 적절한 비중으로 표본이 분산됐다고 설명한다. 구체적인 표본 단지와 가구 수는 통계법상 비공개가 원칙이다.

표본에는 신축, 구축, 대단지, 나홀로 단지 등 다양한 형태의 아파트가 혼재돼 있다. 수요가 많아 가격 상승률이 높은 곳과 거래가 전혀 없는 비인기 단지의 가격 동향을 모두 반영하기 위해서다.


과도한 호가 등 통계 오류 필터링 방식 달라
조사 과정에서 호가(呼價, 매도자가 부르는 값)가 주변 시세보다 과도하게 높거나, 실거래가 없는 단지 등 통계 오류 요인을 걸러내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두 기관의 조사 방식이 조금 다르다. 감정원은 매월 1회 지역 실거래가 동향을 직원이 사전에 파악한 뒤 거래가 가능한 적정 금액을 판단해서 최종 데이터로 확정한다. 반면 KB는 지역 중개업소 등을 통해 실거래가와 호가를 온라인으로 취합하고 데이터를 검토한 뒤 필요하면 추가로 전화·팩스 조사로 보완한다.

정부는 실거래와 지역별 중개업소 호가에 중심을 둔 방식은 최근처럼 고가주택 및 인기 단지 중심으로 거래가 성사되는 국면에서 시장을 과잉해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반적인 시장 흐름을 고려하는 측면에선 감정원의 분석이 더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아파트 수요자들이 신축과 대단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데 거래가 없는 비인기 단지가 혼재된 가격상승률 통계는 체감도가 낮다고 지적한다.

정책 평가는 감정원, 대출 규제는 KB…정부의 통계 편식
정부의 ‘통계 편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집값 동향 등 정책 평가에선 수치가 낮은 감정원 통계를 근거로 하면서 대출 규제 기준인 시세 평가에선 이보다 높은 KB 통계를 활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12.16 대책에서 시가 9억 이상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40%에서 20%로 낮췄고, 15억 초과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면서 감정원과 KB 시세 통계 중 하나라도 기준을 넘으면 대출 규제를 적용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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