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실손보험금, '문제병원' 잡는 전담조직 가동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0.02.17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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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 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 기자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보험회사들이 별도 조직을 꾸려 과잉진료 등으로 줄줄 새는 보험금을 막기로 했다. 갑자기 보험금 청구가 늘어나는 병원 등을 대상으로 보험사기 가능성은 없는지 분석과 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보험사, '문제병원' 잡는 전담조직 가동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실손보험 등 장기보험에 대한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해 가동 중이다. 기존에도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살펴봐 왔지만 손해율이 악화하면서 대응을 더 강화하는 차원이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실손보상관리파트를 꾸렸다.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는 각각 손익구조개선TFT(태스크포스)와 장기손해율분석파트를 신설해 운영을 시작했다. 별도의 조직을 꾸리지 않은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도 보험사기조사전담팀(SIU)의 전문 인력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서의 역할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전담조직은 보험금 청구가 갑자기 급증하거나 특정 질병의 청구만 유독 늘어나는 등 이상 기류가 감지되면 보험사기 의심 병원에 대해 데이터 분석과 조사를 집중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예컨대 특정 질병에 대한 청구가 단기간 내 갑자기 늘어날 경우 평균 치료비는 얼마이고, 어떤 종료의 치료제가 사용됐는지 등을 면밀히 들여다 보고 다른 병원 등과 비교할 때 절적한 수준인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전담 조직까지 꾸려서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소위 '문제병원'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는 이유는 치솟는 손해율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손보업계 기준 지난해 3분기 누적 위험손해율이 130.9%다.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보험금 지급과 사업비로 130.9원을 지출했다는 의미다. 결국 상품을 팔수록 손해를 봐 손보사 기준으로만 지난해 실손보험에서 연간 1조7000억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사들은 전담조직을 통해 보험금 누수를 적극적으로 막는 한편 현재 보유 중인 실손보험의 손익분석 등을 통해 손해율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손보협회, 비급여 표준화 '목소리'…'투트랙'

이와 별도로 손해보험협회도 지난해 하반기 장기보상 지원TF를 꾸려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비급여 진료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의 숙원 과제 중 하나인 비급여 진료 표준화와 관련해 정부에 계속 건의할 방침이다.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는 정부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기준도 없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실손보험료가 매년 오르는 근본 원인이 비급여 의료비 확대 때문이라는 것이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서 마련한 비급여 진료항목 표준코드를 각 의료기관이 사용하지 않아 비급여 통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며 "표준코드가 모든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도록 의무화해 줄 것을 올해 복지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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