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유도 입국금지"…37시간 세계일주 했다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20.02.0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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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사진=AFP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여러 나라가 입국 통제를 강화하면서, 여행객들에게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한 관광객은 홍콩에서 경유하다가 갑자기 도착국의 정책이 강화되면서 여행을 포기해야 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계열 매체인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편집장이 실제 겪은 일을 공개했다.



비행기에 있는데 입국금지 조치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루르드 발레리아노는 휴가 차 딸과 함께 필리핀으로 떠났다. 1일 오전 9시, 출발지는 미국 뉴욕 존 F.케네디(JFK) 공항. 이 캐세이퍼시픽 항공 노선은 뉴욕을 떠나 홍콩에서 2시간 머물렀다가, 마닐라까지 날아가기로 돼 있었다.

신종 코로나 소식은 이미 널리 알려져 기내 승무원들은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뉴욕-홍콩 비행시간은 약 15시간. 11시간째에 필리핀에서 긴급 조치가 나왔다. 당시 필리핀에는 신종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중국인 관광객)가 발생했다. 중국 밖 첫 사망자였다.

필리핀은 모든 중국발 외국인 입국을 막으며, 홍콩·마카오 경유자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짐 찾으세요"… 미국도 '중국발 입국금지'
루르드 발레리아노가 홍콩에서 뉴욕으로 돌아갈 때 이용한 항공기의 이동 경로.  /사진=블룸버그통신루르드 발레리아노가 홍콩에서 뉴욕으로 돌아갈 때 이용한 항공기의 이동 경로. /사진=블룸버그통신
홍콩에 도착한 발레리아노와 딸은 다음 마닐라행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현지 직원들은 이들에게 "짐을 찾으라"고 했다. 공항에서 이들은 여권에 입국 도장을 받고 체온도 쟀다.


신종 코로나 대응책으로 캐세이퍼시픽은 항공티켓 변경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이들은 필리핀 대신 주변 다른 나라를 여행할까를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이미 미국도 세계에서 처음으로 중국본토발 입국금지를 결정해, 2일 오후 5시(미국 동부시간)부터 적용하기로 한 상황. 다행히 홍콩은 제외가 됐지만 추가 조치가 나올까 불안했다.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홍콩공항에 머무른 건 6시간여. 뉴욕으로 향한 항공기는 2일 밤 10시께 JFK에 도착했다. 이미 미국의 입국 통제 강화가 시행된 때였다. 입국심사대 직원은 이들에게 중국 본토에 간 적이 있는지 물었다. "홍콩에만 있었다"고 답하고 심사대를 빠져나왔다.

총 37시간에 달하는 여행. 비행기는 갈 때도 올 때도 동쪽으로 날아 원위치했다. 이틀 동안 세계일주를 한 셈이다.

이들은 출발 전 여행자보험을 들어 이번 일에 대한 보상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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