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이 중 2번은 당장의 그룹 경영을 마비시킬 요인이어서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1번과 3번 중 하나를 택하거나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회장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우리금융 그룹임원인사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먼저 회장 인선 등 행동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손 회장이 일주일간 시간을 달라고 한 것도 경영과 후계 구도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기 위한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외부인을 추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키를 쥐고 있는 IMM PE(5.98%), 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동양생명(3.98%), 한화생명(3.8%), 미래에셋자산운용(0.52%), 유진자산운용(0.52%) 등 과점주주들의 이해관계도 미묘하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미 정치권이 나섰다는 얘기도 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취임한 게 최근의 사례다. 물론 임명권(대통령)이 있고 없고가 기업은행과 우리금융의 절대적 차이다. 그러나 정통 관료에서 우리금융 수장을 거쳐 청와대로 입성한 박병원 전 회장 선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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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내에서는 금융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해 타 금융그룹 회장 내지 은행장을 경험한 이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데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인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일 잘하기로 소문난 일부 금융 관료 출신은 옛 정권 사람으로 분류돼 회장으로 선임되면 금융 당국에 찍힐 거라는 '예언'까지 나온다.
복잡한 사정 때문에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일정이 상당히 빠듯하다. 시기를 놓치면 그룹 경영이 표류하게 된다. 모두 비용이고 무형의 손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근거가 부족한 징계 결정으로 대형 금융그룹 경영이 표류한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