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 가보니…中동포들도 "중국인 조심해야"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2020.01.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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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종 코로나 확산' 된서리 맞은 차이나타운…손님 끊길라 상인들 '발동동'

29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에서 한 손님이 담배를 피며 식료품을 사고 있다/사진= 임찬영 기자29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에서 한 손님이 담배를 피며 식료품을 사고 있다/사진= 임찬영 기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우한 폐렴) 사태로 전국이 들썩이는 가운데 29일 중국 동포들이 밀집해 사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내 차이나타운을 찾았다.

차이나타운을 향한 흉흉한 소문과 달리 현장에서 장사를 하는 중국 동포들의 모습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중국 동포들은 중국인과 자신들은 다르다 말하며 오히려 그들도 중국인이 무섭다고 말했다.



중국인이 두려운 중국 동포들 … "중국 다녀온 중국인 조심해야"
차이나타운에서 8년 동안 식료품 장사를 하고 있다는 김분옥씨(60)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다는 분위기"라며 "스스로 조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직 한국이라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차이나타운에 사는 중국 동포들도 중국인 관광객 방문을 꺼려하고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김씨는 "솔직히 나도 관광 오는 중국인들 보면 무섭긴 하다"며 "그렇다고 중국인 때문에 겁이 나서 영업을 안하는 경우는 없고 대부분 그대로 영업하고 있긴 하다"라고 밝혔다. 생계를 위해서 영업을 안 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김씨 말처럼 차이나타운에서 생활하는 중국 동포들은 아직까지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들도 '춘절' 등 명절로 중국을 향한 중국인들이 돌아오는 것에 대한 두려운 감정을 내비추고 있었다.

차이나타운에서 18년째 노래방을 운영 중인 김모씨(58)는 "현재로서는 마스크를 안 쓴 사람도 많고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다"면서도 "문제는 지금 시기가 춘절 연휴인데 이후가 문제다"라고 밝혔다.


'춘절'은 충국 최대의 명절로 우리나라의 음력 설에 해당한다. 해외에 사는 중국인들도 이때가 되면 중국을 찾아 명절을 보내고 돌아온다. 차이나타운에 사는 중국인들 역시 춘절을 기념하기 위해 해외로 떠난 것이다.

김씨는 "지금까지야 아무렇지 않게 여겼지만 한 명 걸리면 비상일 것이다"며 "중국인들 설 지낸다고 들어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차이나타운 몰락 … 울상 짓는 한국 상인들
29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위치한 가리봉 시장의 모습./사진= 임찬영 기자29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위치한 가리봉 시장의 모습./사진= 임찬영 기자
차이나타운에 살고 있는 한국 상인들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중국인에 대한 인식이 차이나타운까지 번져 이곳에 사는 한국 상인들 역시 생계를 이어가기가 어려워졌다.

차이나타운에서 과일과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서주석씨(60)는 "아직까지는 차이나타운 내 인식이 좀 덜하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상점마다 분위기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서 가리봉동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한다"며 "다른 지역보다도 이곳이 중국인 교포가 80% 넘게 살기 때문에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가리봉동에서 50년째 살고 있는 강제화씨(77)도 "이곳에서 야채 장사를 한 지 7~8년 정도 됐는데 지금 가장 힘들다"며 "며칠 사이에 손님이 8~90%정도 줄은 것 같다"고 울먹였다.

실제 차이나타운 바로 옆 가리봉 시장에는 손님이 보이지 않았다. 길게 뻗은 시장에 고요한 적만만이 흐를 뿐이었다.

강씨는 "아침 저녁 때면 시장에 사람이 꽉 차는데 지금 보면 손님이 하나도 안 보인다"며 "우리 뿐만 아니라 이곳 상인들 대부분이 똑같은 상황이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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