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부동산에 외국인 뭉칫돈 몰리는 이유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0.01.30 03:49
글자크기
일본 도쿄 시내 모습. /AFPBBNews=뉴스1일본 도쿄 시내 모습. /AFPBBNews=뉴스1


세계적인 초저금리 기조가 부동산 투자 과열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인 일본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돈뭉치를 풀며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29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도쿄, 오사카 등 일본 대도시 임대아파트 220동을 3000억엔(약 3조2000억원)에 일괄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 부동산시장 사상 최고 금액으로 2007년 미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전일본공수(ANA)의 호텔 13곳을 인수하며 지불한 2800억엔(약 3조원)을 뛰어넘는 규모이다.

블랙스톤은 이미 2017년 중국 안방보험에 해당 물량을 2600억엔(약 2조8000억원)에 팔았다가 400억엔(약 4300억원)의 웃돈을 주고 되샀는데, 닛케이는 그만큼 일본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 열기가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과거 오피스빌딩 등 대형 투자를 넘어 일본 주택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영국 애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ASI)는 지난해 일본에서 노인용 주택 개발에 뛰어들었고, 미쓰이 스미토모 신탁은행과 협력해 1000억엔(약 1조원) 규모의 임대주택 투자 펀드도 설립했다.

미국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지난해부터 1000억엔 규모로 오피스 빌딩 및 임대 주택 등에 투자하겠다고 뛰어들었다. 또 독일 보험회사 알리안츠는 일본에서 임대용 아파트 80동을 매입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부동산 시장에 몰려드는 건 초저금리 덕분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재집권후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를 실시하면서 여태껏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 상업용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지난해 9월 기준 2.8%로 미국 뉴욕(2.3%), 중국 상하이(2.3%), 싱가포르(1.8%) 등 세계 주요도시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일본의 초저금리 덕에 조달금리가 낮아, 다른 도시들보다 투자수익율이 떨어지더라도 실제 수익율은 여전히 높아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이 덕택에 외국 자본의 일본 부동산 시장 누적 투자액은 201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5조엔(약 54조원)에 달한다. 자금이 몰리다보니 부동산 가격도 다시 오르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도쿄를 비롯한 일본 3대 대도시권의 오피스빌딩, 임대아파트 등의 부동산 가격지수는 10년새 30%가량 올랐다. 지난해 2분기 기준 도쿄의 오피스빌딩 3.3㎡당 가격은 1008만엔(약 1억900만원)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올랐다.

닛케이는 "새로운 외국펀드가 투자 대열에 합류하거나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되면 고가 논란이 더 커질것"이라면서 "해외 자본이 일본 부동산 시장 과열을 견인하면서 '머니 게임'의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