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 영등포 쪽방촌 정비사업 기자간담회에서 홍보영상을 시청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br>
2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영등포역 3층 대회의실에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동 발표한 ‘영등포 쪽방촌 정비방안’과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만큼 이번 발표에 앞서 보안이 철저했다는 얘기다.
개발계획 발표 엠바고 설정…공공사업 비밀 엄수 기조 유지될 듯 실제로 이번 발표 계획은 전일 오후 기자단에 긴급 공지됐다. ‘서울 쪽방촌 정비방안 발표’란 제목과 참석자 외에 구체적인 사업 지역과 개발 내용은 철저히 비공개됐다. 발표 시점과 내용에도 엠바고(보도유예)가 붙었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해 공공주택특별법에 비밀 누설에 따른 처벌 조항을 새로 만들었다. 공식 발표 전에 관련 업무수행을 통해 얻은 정보를 외부에 노출하면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도록 했다.
이에 따라 향후 공공주택특별법에 근거한 개발은 이처럼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20일 서울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이 발표됐다. 사진은 이날 영등포 쪽방촌 모습. /사진제공=뉴스1<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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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재개발 확대…일반 정비사업 규제는 지속할 듯발표 내용도 다소 파격이었다. 강남권, 도심권과 더불어 시내 3대 권역으로 꼽히는 영등포 지역에 있는 약 1만㎡(약 3030평) 부지를 민간이 아닌 공공주도로 재개발하겠다는 내용도 그렇지만 개발지가 50년간 방치된 노후 쪽방촌이란 점에서다.
그동안 화재 등 안전사고에 대비해 쪽방촌 내부 시설을 수리하고 리모델링한 사례는 더러 있었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주택특별법을 적용해 쪽방촌에 있는 주택을 허물고 신축 주상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특히 철거 위주 개발방식을 지양한 정부와 서울시의 도시재생 정책 방향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이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많았다. 현장 설명회에서 “시내 다른 재개발, 재건축 정비사업장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냐”는 질문이 적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설명회에 참석한 정부, 서울시 실무진들은 “쪽방촌에 제한된 개발계획”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번 조치가 다른 일반 정비사업 구역의 규제를 완화하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작년 9월 김현미 장관과 구청장간 간담회에 건의된 내용으로 10월부터 관계기관이 격주로 회의를 열어 개발방식을 결정했다”며 “더 일찍 발표하지 못한 것은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해외순방을 간 영향도 있고 더 미루지 못한 이유는 보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주택법특별법에 따라 사업 방식이 확정됐고, 영등포구청도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개발계획 주민공람을 시작하도록 사전 협의한 결과일 뿐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과 달리 발표 직후 업계 안팎에선 정치적 선택이란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와 서울시가 도심 신축 아파트 수요를 인정하고 일반 정비사업장에 대한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원순 "쪽방촌 생활유산 조성하면 사업 추진 어려워져"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이 영등포 쪽방촌에는 다른 재개발 지역처럼 박물관이나 기념관을 별도로 설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동안 이 지역에서 주민들과 동고동락한 시민단체에선 쪽방 일부를 원형 보존해서 생활유산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지만 박 시장은 이번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 시장은 기자회견 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쪽방촌을 생활유산으로 조성하자고 하면 반대하는 주민들이 생겨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지 않겠냐”고 했다. 박 시장은 시내 일반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엔 “잘 진행돼야 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하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