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주 한국거래소 상무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난해 말 채 상무가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거래소에도 63년만에 첫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1991년 거래소에 입사한 채 상무는 약 30년의 근무 기간 동안 첫 여성 팀장, 첫 여성 부장 등 항상 '최초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채 상무가 선도적으로 '유리천장'을 깨지 않았더라면 거래소 내 조직문화 발전은 한참 더 오래 걸렸을 지도 모른다.
최근 거래소에서 만난 채 상무는 과거 금융권에서 여직원들이 홀대 받았던 현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입사한 1990년대만 해도 여직원이 하는 일은 업무보조 역할에 그쳤다. 거래소 핵심 업무인 상장이나 공시 업무는 모두 남직원 차지였다.
채현주 한국거래소 상무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인사철마다 현장 부서로 보내달라고 손을 들었고 2000년쯤 공시부로 처음 배치됐다. 당시 공시부에서 여직원은 채 상무 혼자였다. 딱히 '공시 업무는 여성이 할 수 없다'는 근거는 없었지만 관습적으로 남직원들만 담당해 왔다. 회사 입장에서도 한 번도 배치하지 않았던 여성을 공시부서에 배치하는 것이 일종의 부담이었다.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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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무도 이 같은 우려를 잘 알았다.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거래소에 입사하기 전까지 주식의 '주'자도 몰랐지만 '여자니까 못한다'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거듭했다. 짬이 날 때마다 책을 펼쳐 들었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퇴근 시간 이후에도 자진해서 사무실에 남아 못 다한 업무를 처리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무엇보다 '최초 여성'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이었다. 회사에선 믿고 맡겼는데 일을 잘 못하면 후배 여직원들에게도 짐이 될 것 같았다. 어디 부서에 가든 보이지 않는 벽을 뚫어야 한다는 마음 가짐으로 일했다. 2013년에는 금녀의 영역으로 남았던 홍보팀에 첫 여성 홍보팀장으로 갔다. '홍보 업무는 여자가 하기엔 힘들다'는 편견을 보란 듯 깨버렸다.
채 상무는 "언제나 '나는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해 왔기 때문에 더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며 "회사 일도 공부라고 생각하고 일한 것이 결국 성장의 밑바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를 비롯한 많은 선배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은 거래소에서 성차별은 거의 사라졌다. 여성이라고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부서 배치에서 배제되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난관을 해치고 지금 자리까지 올라왔지만 거래소 첫 여성 임원으로서 그가 느끼는 무게감은 그 어느때보다 상당하다. 특히 그가 맡은 코스닥 시장 본부장보 자리는 상장관리와 공시, 코넥스 업무를 총괄한다. 부실기업을 걸러내고 시장을 활성화 시켜야하는 중책이다.
채 상무는 "바이오, IT(정보통신) 등 혁신 기업들이 많은 코스닥은 혁신성장을 주도하는 시장"이라며 "혁신 기업들이 코스닥에 많이 들어와서 안정적으로 정착해 지속 성장하는 토대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