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오너일가 갈등, 3월에 이 장면 나온다면?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0.01.1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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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서 조원태 회장 연임 여부가 '갈등 vs 봉합' 상징...새 사내이사 선임도 '시그널'

서울 중구 한진 건물 외벽에 붙은 로고/사진=뉴스1서울 중구 한진 건물 외벽에 붙은 로고/사진=뉴스1


오는 3월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한진그룹 경영권의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로 이 기업을 장악해야 그룹 경영도 손에 넣는다.

3월 주총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 만약 이명희 고문이나 조현아 전 부사장 등 또 다른 오너 일가의 반대표로 연임이 무산되면 한진그룹 경영권은 격랑에 휘말릴 수 있다.



한진칼 사내이사 선임은 출석 주주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가결된다. 지난해 한진칼 정기주총의 주주 출석률은 77.18%로 전체 주식 중 39%를 확보하면 원하는 사내이사를 앉힐 수 있었다. 올해 한진칼 주총의 주주 출석률을 70~80%로 예상할 때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지분율 35~40%를 확보해야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 이탈하면 조원태 연임 실패 가능성↑...대한항공 회장은 우선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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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이 연임에 실패하면 그룹내 영향력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고 조양호 회장도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뒤 미등기임원 회장으로 경영권을 유지한 적은 있지만, 지금 조 회장은 지분율이나 지지기반이 고 조양호 회장 당시보다 한결 약하다. 결국 조 회장이 연임에 실패하면 그룹은 조 회장 연임에 반대한 또 다른 오너 일가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조 회장이 한진칼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대한항공 회장 겸 사내이사직에서도 내려오게 하긴 힘들다. 이러려면 대한항공이 임시 주총을 열거나 내년 정기주총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경우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 사이에 의견충돌 같은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한항공은 이미 조 회장 측근들이 요직을 차지한 상태다.


보도자료부터 유튜브까지...다양한 방식으로 '주주 세몰이'
운전기사와 경비원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폭행한 혐의를 받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상습특수상해등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운전기사와 경비원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폭행한 혐의를 받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상습특수상해등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3월 한진칼 주총이 아니라도 그 전에 오너 일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도 있다.

단적으로 지난해 12월 조현아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5일 뒤에는 조 회장이 이명희 고문 집을 찾아가 소란을 피운 사실이 알려졌다. 집안의 유리가 박살난 모습과 이 고문으로 보이는 사람의 팔에 상처가 난 사진이 외부에 노출됐다.

한진 오너 일가의 갈등이 심화되면 어떻게든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대방의 약점을 폭로하며 이를 통해 주총 표 결집을 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일각에선 오너일가 갈등이 불거지면 주총 전에 어느 한쪽이 경영 비전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거나, 심지어 기자회견을 자청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에 앞서 주요 주주들의 물밑 회동도 잇따를 수 있다.

강성부펀드는 이미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다. ‘KCGI TV’ 채널을 만들고, 한진에 대한 공세를 펴고 있다. 신민석 KCGI 부대표 지난 7일 유튜브를 통해 “형식적인 지배구조 개선안만 발표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진그룹 재무담당자들이 여의도 증권가를 돌며 지지를 호소하는 장면도 예상된다.

한진칼, 사내이사 공석…'조현민 사내이사 카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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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사내 이사에 새로운 인물이 임명되느냐 여부도 3월 주총의 핵심 변수다.

오너 일가 중 조현민 전무가 후보 물망에 오른다. 조 전무가 사내이사가 될 경우 가족 간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조원태 회장 측과 이명희 고문 측이 이 부분에 대한 합의를 미리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조 전무 국적이 미국인 점은 부담스럽다. 항공법은 외국인의 국내 항공사 등기임원을 불허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칼 같은 지주회사의 경우 다양한 유권해석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칼 정관에 이사를 3인 이상 둔다고 나와 있으나 사외이사를 포함한 것"이라며 "반드시 사내이사 3명을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진칼은 2013년 대한항공에서 분리된 이후 줄곧 △고 조양호 회장 △조원태 회장 △석태수 대표이사 등 3인 사내이사 체제를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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