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객기 격추' 인정 "실수로 미사일 쐈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01.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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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이란 현지시간) 이란 국영 프레스TV를 통해 "이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아베드자데 이란 민간항공청장. /사진=CNN 유튜브 갈무리11일(이란 현지시간) 이란 국영 프레스TV를 통해 "이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아베드자데 이란 민간항공청장. /사진=CNN 유튜브 갈무리


이란이 테헤란 인근에서 추락해 탑승객 176명이 사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의도치 않게 격추했다"고 인정했다. 이란은 여태 미 정부와 언론의 격추설 주장에도 "이란을 모함하는 심리전"이라는 주장을 펼쳐왔으나, 사고 발생 3일 만에 인정한 것이다.

11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은 이란 국영 프레스TV와 ISNA통신 등이 군부 성명을 인용해 이란 당국이 "인적 오류"로 인해 "의도치 않게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군부 성명에 따르면 해당 여객기가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민감한 군사 중심지를 향해 방향을 틀면서 이를 적대적인 목표물로 오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란과 미국 사이 긴장이 높아진 상태에서 "군부는 가장 높은 수준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성명은 "이러한 상황에서 인적 오류로 인해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번 재난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며, 앞으로 이러한 실수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을 향상시키겠다고 전했다. 이어 "여객기 피격에 책임 있는 관련자를 기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이란의 이번 여객기 격추 인정은 솔레이마니 사살을 계기로 이란인들이 지도부를 중심으로 시위를 벌인 직후 발생해 정부 당국에 대한 여론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미군이 드론 공습으로 사살한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은 사망 이후 국가적 영웅으로 치켜세워졌고, 지난 4~7일 이란 전역에서 진행된 그의 장례식에는 수백만 인파가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여객기 사고의 희생자 대다수는 이란인 혹은 이란계 캐나다이라, 오히려 정부에 대한 반발을 불러올 여지가 크다. 희생자 176명 가운데 이란인은 82명, 캐나다인은 최소 57명에 달한다. 캐나다인의 대다수는 방학·연휴를 맞아 고향을 방문한 이란 출신 이민자였다.


더군다나 이란은 지난해 11월 휘발윳값 인상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겪은 바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 오인격추를 인정하며 "조사를 계속해 이 큰 비극이자 용서할 수 없는 실수를 밝혀내고 기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또한 트위터를 통해 "슬픈 날"이라며 "미국의 모험주의에서 비롯된 위기의 시기에 발생한 인간의 실수는 재난을 불러왔다"고 밝혔다. "우리는 우리 국민과 희생자들의 가족, 다른 피해국에 깊은 유감과 사과,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앞서 8일 오전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가기 위해 이란 테헤란을 출발했던 우크라이나 국제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는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 승무원 9명을 포함한 탑승객 176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에 미 당국과 언론, 국제 사회 등은 이란의 여객기 격추설을 주장해왔다. 9일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익명 미국 관리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당시 지대공미사일 2기가 열 감지에 의해 포착됐다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NYT)는 피격 당시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또한 이란의 격추설을 뒷받침할만한 관련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또한 10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객기가 이란 미사일에 격추당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측은 여태까지 "이란을 모함하는 심리전"이라는 반응을 보여왔으나, 이날 성명을 통해 사고 발생 3일 만에 격추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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