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일"… 윤석열, 참모진 교체에도 '담담'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2020.01.0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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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후 검사장 전출신고식서 인사 관련 메시지 내놓을듯…측근들 "윤총장 자리 지킬 것"

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예방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예방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난 8일 법무부의 전격적인 고위 간부 인사가 이뤄지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들이 대거 한직으로 발령을 받았다. 윤 총장은 예상했던 결과였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내일 전출신고서 윤석열 메시지 주목
9일 복수의 대검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윤 총장은 전날 오후 6시를 조금 넘어 정시 퇴근했다. 이후 대검 간부들과 외부에서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고 한다.



윤 총장과 간부들은 이 식사 자리에서 법무부가 오후 7시30분 공개한 인사 소식을 접했다. 한 관계자는 "예상했던 일이라 인사와 관련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면서도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이었다"고 말했다.

인사 발표 후 첫 간부회의가 열린 9일 오전 회의에서도 통상적인 업무를 진행했고, 인사 관련해서는 특별한 발언은 없었다고 한다.



윤 총장은 다음날(10일) 오후로 예정된 검사장들의 전출신고식에서 '당부말씀'을 통해 이번 인사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손발' 자른 고위간부 인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0.1.8/사진=뉴스1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0.1.8/사진=뉴스1
법무부는 전날 오후 7시30분 대검검사급(검사장) 이상 고위 간부 32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하루 종일 '검찰 인사안'을 갖고 실랑이를 벌였는데, 결국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인사를 단행했다.


퇴근 시간이 지난 저녁에 갑작스럽긴 했지만 그 동안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해온 검찰에 대한 인사는 어느 정도 예고돼 있었다. 특히 검사장급 이상 인사는 더 그랬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 사건과 청와대의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지휘했던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47·27기), 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을 수사지휘했던 박찬호 공공수사부장(54·26기) 등이 각각 부산고검 차장, 제주지검장으로 발령이 났다. 좌천성 인사다.

이들 수사를 진행했던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인 배성범 검사장(58·23기)은 법무연수원장으로 발령났다. 고검장 승진이기는 했지만 수사에서는 물러난 한직 인사로 분류된다.

설 연휴 전 부장·차장검사 교체되나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3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된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3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된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이번 인사에서는 감찰본부장을 제외한 윤 총장의 대검 참모진 전원이 교체됐다. 이에 따라 설 연휴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고검검사급 이상(부장·차장) 검사급 인사에도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50·29기)과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48·31기),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홍승욱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47·28기)와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47·32기)이 대상자로 거론된다. 조 전 장관 일가를 수사해온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50·29기)과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50·31기)도 언급된다.

그러나 검사 전보 및 보직관리 등에 관한 규칙(법무부령)에 따르면 주요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차장·부장 검사의 필수 보직기한은 1년이다. 조 전 장관과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차장·부장 검사들은 배치된 지 6개월도 되지 않았다. 물론 해당 규칙에는 '부득이한 인사 수요 등' 예외조항이 있기는 하다.

아울러 몇 달씩 수사를 해온 주요 사건들에 대한 실무 수사팀이 바뀌게 되면 새로 온 이들이 방대한 사건 기록을 다시 처음부터 검토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윤 총장 자리 지킬 것"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위 의혹과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등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검찰총장 참모진이 8일 법무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대거 교체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임 법무부 장관 취임을 계기로 인권·민생·법치에 부합하는 인사를 통해 조직 쇄신을 도모했다"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 완수 등을 위해 새롭게 체제를 정비했다"고 밝혔다.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이 밤 늦도록 불을 밝히고 있다. 2020.1.8/사진=뉴스1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위 의혹과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등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검찰총장 참모진이 8일 법무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대거 교체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임 법무부 장관 취임을 계기로 인권·민생·법치에 부합하는 인사를 통해 조직 쇄신을 도모했다"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 완수 등을 위해 새롭게 체제를 정비했다"고 밝혔다.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이 밤 늦도록 불을 밝히고 있다. 2020.1.8/사진=뉴스1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을 압박하기 위한 이번 인사에 반발해 윤 총장이 직을 던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또 인사 대상자들이 '항명성 집단 사표'를 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그러나 윤 총장 주변에서는 이 같은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 측에서 볼 때 부당하게 진행된 인사에 저항하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사를 끝까지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윤 총장이 중심을 잡고 버텨줘야 한다며 인사 이후 대응 방안 논의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윤 총장도 지난 2일 신년사에서도 "검찰 구성원들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다"고 밝혔다.

'좌천성 인사' 대상이 될 '윤석열 사단'의 검사장들 역시 사표를 던지는 대신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며 본인의 위치에서 윤 총장을 도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좌천성 인사를 받은 한 대검 간부는 "공직자는 어디 가서든 자기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마음 불편하게 생각해본 적 없고 잘 견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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