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 위기'에도 '사자' 외친 월가…왜?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1.0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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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모건스탠리 "올해 석유시장 과잉공급, 유가 급등해도 단기 그칠듯"…"美 셰일혁명 후 중동발 오일쇼크 위험 줄어"

'美-이란 전쟁 위기'에도 '사자' 외친 월가…왜?


"지정학적 위기는 경기침체를 촉발하지 않는 한 증시에선 오히려 매수 기회이곤 했다. 우리의 주식시장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회장)

중동에서의 전쟁 우려로 급락했던 뉴욕증시가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과 이란간 군사적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하락했다는 소식이 주식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군사충돌 과정에서 중동의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겨도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에 올라선 미국 셰일석유 덕분에 국제유가 상승폭은 과거 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깔렸다.

모건스탠리 "올해 석유시장 과잉공급…유가 급등해도 단기 그칠듯"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8.50포인트(0.24%) 오른 2만8703.38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11.43포인트(0.35%) 상승한 3246.2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50.69포인트(0.56%) 뛴 9071.46에 마감했다.

악시트레이더의 스티븐 이네스 수석전략가는 "미국이 해외에서 군사 작전을 시작할 때마다 미국 주식시장은 오히려 랠리를 펼치곤 했다"며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증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일 미국과 이란 간 군사충돌 위험이 고조되면서 약 3% 급등했던 국제유가는 이날 안정을 찾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2센트(0.3%) 오른 63.2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한때 WTI는 64.72달러까지 뛰며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상승폭을 줄였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내년 2월물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이날 밤 10시16분 현재 16센트(0.2%) 상승한 68.44달러에 거래됐다.

미국계 대형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올해 석유시장이 과잉공급될 것이란 점에서 국제유가가 지정학적 불안으로 급등하더라도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올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보다는 60달러에 가깝게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 셰일혁명 후 중동발 오일쇼크 위험 줄어"
이른바 '셰일혁명'을 거치면서 미국은 하루 1266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올라섰다. 지난해부터는 석유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돌아섰다. 미국이 석유 순수출국이 된 건 1973년 미국이 석유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미국과 이란 측의 군사충돌 과정에서 중동 원유시설이 파괴되거나 이란이 중동 최대 원유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것이 우려되지만, 이 경우에도 국제 석유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과거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 석유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중동에서 석유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가까이로 뛰었지만, 셰일혁명으로 미국의 석유 생산이 늘어난 뒤론 유가 상승폭이 예전처럼 크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간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건 지난 3일 이란의 군부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군의 표적 공습으로 숨지면서다. 이후 이란은 미국을 상대로 보복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의 자산을 공격할 경우 문화적으로 중요한 곳들을 포함해 이란의 52개 목표를 타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 정부는 전날 국영TV를 통해 국제 핵협정(JCPOA)에 명시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등의 제한을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핵협정 파기를 선언한 셈이다.

2015년 이란이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 등 6개국과 체결한 핵협정에는 이란 핵프로그램을 동결·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우라늄 농축량 △농축 우라늄 비축량 △핵 연구개발 활동 등이 제한 대상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가지지 못할 것"(Iran will never have a nuclear weapon)이라며 이란의 핵무장 저지를 위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한편 백악관은 핵협정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란 달래기에 나섰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은 선임고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새로운 핵협정을 위해 재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만약 이란이 정상국가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면 물론 그렇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열려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서비스업 경기가 개선됐다는 소식도 지수 상승에 한몫했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12월 미국의 서비스업 PMI(구매관리자지수) 최종치는 52.8로, 전월(51.6)보다 상승했다.

지난달 중순 발표된 예비치(52.2)를 웃도는 것으로, 5개월 만에 최고치다. PMI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신규 주문, 생산, 재고 등을 토대로 발표되는 경기동향 지표다.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을 밑돌면 경기 수축을 뜻한다.

내셔널증권의 아트 호건 수석전략가는 "굳이 주식을 매도할 이유를 찾는다면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라는 이유 하나가 있긴 하지만, 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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