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갈등 최고조, IS에는 부활 기회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0.01.06 14:49
글자크기

국제연합군, 이라크 내 대IS 소탕작전 유보…이라크 내 미군 철수, IS엔 호재

5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내 미군 등 외국 군대 철수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로이터5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내 미군 등 외국 군대 철수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로이터


미국과 이란이 갈등하는 틈을 타 이슬람국가(IS)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IS 제거 작전의 요충지였던 이라크가 미국-이란의 전쟁터로 전락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국제연합군의 ‘반 IS’ 군사작전이 유보됐다.

4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이라크 내에서 IS 퇴출 작전을 실행하던 연합군 훈련을 일시유보한다고 발표했다. 이라크 내 군병력과 기지 보호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국제연합군은 "IS 격퇴를 위해 동맹들과 훈련하고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이 제한됐다“며 ”대 IS 작전을 멈춘다“고 했다. 국제연합군을 이끄는 팻 화이트 중장도 이날 트위터에 미군 보호가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썼다.

이란은 지난 3일 미군의 이란 군부 실세 암살 이후 ‘가혹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이라크 형제들은 미군 기지에서 1000m 이상 떨어지라"고 공표했다.



이어 5일엔 이라크 의회가 긴급회의를 열어 자국 내 외국 군대를 철수시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CNBC에 따르면 이날 이라크 국회에서 가결된 결의안에는 "이라크 내 외국 군대가 이라크 영토, 영공, 영해를 어떤 이유로든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4년 시리아 락카에서 이슬람국가(IS) 소속 군인이 ISIS를 상징하는 깃발을 휘두르고 있다/사진=로이터2014년 시리아 락카에서 이슬람국가(IS) 소속 군인이 ISIS를 상징하는 깃발을 휘두르고 있다/사진=로이터
이런 움직임은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서 IS 부활을 억제하던 노력에 구멍을 낼 가능성이 크다. 미군 주도 연합군은 2014년 6월 이래 이라크에서 IS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이라크군을 훈련하는 등 지원을 해왔다. 현재 이라크에는 미군만 약 5200명이 주둔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들이 이라크에서 빠지거나 IS 잔당 소탕에 손을 놓으면 ”역내에서 IS가 다시 기지개를 킬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NYT에 따르면 IS 잔당이 이라크 북부 유전 키르쿠크에서 이라크군을 공격해 군인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했다.


IS는 2017년 이라크 정부가 ‘종전’을 선포했을 때만도 모술 등 최대 거점을 잃고 소멸한 듯했다. 그러나 쫓겨난 세력이 사막과 산악지대, 유프라테스강 등에 잔존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군이 시리아에서 철군을 결정하자 쿠르드 민병대가 억류하던 IS 포로들이 대거 탈출하기도 했다.

IS 외 다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도 득세할 위험도 있다. 이날 ‘소말리아의 IS’로 불리는 알샤바브가 케냐의 미군기지 공격해 미국인 3명이 사망했다. 알샤바브는 IS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나,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로 테러를 일삼는다는 점에서 IS와 함께 국제적 위협으로 꼽힌다.

5일(현지시간) 이라크 아자브에서 카심 솔레이마니 IRGC 쿠드스군 총사령관의 죽음을 기리는 장례식이 치러졌다/사진=로이터5일(현지시간) 이라크 아자브에서 카심 솔레이마니 IRGC 쿠드스군 총사령관의 죽음을 기리는 장례식이 치러졌다/사진=로이터
한편 이날 이라크 의회에서 통과된 ‘미군 철수’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현실화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미군 철수가 당장 이뤄지지 않더라도 IS를 겨냥해 지속해온 국제적 대응에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이라크가 미군 주둔을 허용했기 때문에 미군이 자위적 목적으로 이라크에서 군사작전을 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했다. 미국은 솔레이마니 암살은 미국인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같은 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이란 지도부로부터 엄청난 협박을 받고 있다"며 "이라크 국민은 미국이 대테러전에 계속 참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라크가) 미군 철수를 강요하려면 미군 기지에 대한 비용을 내야 하며, 지급하지 않으면 주요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의회 내에도 미군 등의 부재가 폭동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미국-이란 갈등은 2일 미군이 이라크 바그다드 항공 인근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군 거점 2곳을 공습하면서 고조됐다. 이 공습으로 카심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총사령관과 이라크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KH)의 지도자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가 사망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최근까지 이라크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와 함께 수니파 무장단체 IS 격퇴 작전을 주도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이란이 ‘피의 보복’을 예고하자 미국은 ”이란이 반격할 시 52곳에 대한 공격을 실행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이란이 다시 ”미군 군사시설에 대해 직접 보복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더불어 이란은 ‘이란핵합의(JCPOA)’ 규제를 더는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양국 간 갈등 격화로 유가는 이날 배럴당 70달러 선을 돌파해 치솟았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