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이란 시위대, 美대사관 급습…트럼프 "이란, 책임지게 될 것"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1.01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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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바그다드 미 대사관 습격…시위대 진입·방화에 총격·최루탄 대응

시위대가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외벽에 불을 지르고 있다./ 사진=뉴스1(로이터)시위대가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외벽에 불을 지르고 있다./ 사진=뉴스1(로이터)


이라크의 친(親)이란 시아파 시위대가 31일(현지시각)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을 습격했다. 미군의 친이란 민병대 공습에 대한 항의 성격으로, 이라크 주재 미 대사관이 시위대에 공격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이란을 이번 습격의 배후로 지목하고 책임을 물으면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선 수천명의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을 포위한 채 "미국 반대" "트럼프 반대" "미국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런 가운데 시위대 수십명은 미 대사관의 차량 출입용 문을 부수고 진입했으며 일부는 외벽에 불을 질렀다. 공관을 지키는 미 해병대 등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과 섬광탄을 쏘며 대응했다.



통신은 현장에서 총소리가 들렸으며 공관 안에서 불꽃이 보였다고도 전했다.

최근 미군의 공격을 받은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KH)의 조직원과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시위대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시위대 가운데 일부는 이 조직의 군복을 입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위대의 미 대사관 급습을 놓고 배후로 의심되는 이란을 강력 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이란은 미국의 도급 업자를 살해했다. 많은 이들이 다쳤다. 우리는 강력히 대응했고 항상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지금 이란은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공격을 꾸미고 있다. 그들은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가로 우리는 이라크가 대사관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의 군을 사용하길 기대하고 있고 그렇게 알렸다"고 덧붙였다.

지난 29일 미군은 KH의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 군사시설 5곳을 공습했다.

미국이 그동안 KH를 '이란의 대리군'이라고 칭해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란을 겨냥한 공격으로 해석된다. 미군이 KH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H 측은 미군의 이번 공습으로 24명이 숨지고 50명 넘게 다쳤다고 밝혔다.

미군의 공격은 지난 27일 발생한 이라크 키르쿠크 군기지 로켓포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당시 로켓포 30발이 발사돼 미국 민간인 1명이 숨지고, 미군 4명이 다쳤다.

이란 외무부는 "이라크 영토와 KH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명백한 테러리즘"이라며 "미국은 이라크의 자주성과 주권, 영토적 통합을 존중하며 내정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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