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사진 속 단골손님 '아인슈타인'은 이 사람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0.01.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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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세계IN] NYSE 플로어 트레이더 피터 터크만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플로어 트레이더로 일하고 있는 피터 터크만/사진=AFP뉴욕증권거래소에서 플로어 트레이더로 일하고 있는 피터 터크만/사진=AFP


'월가에서 가장 많이 사진 찍힌 트레이더'(버즈피드, 2014년2월3일)

'월가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이더'(USA투데이, 2019년3월23일)

'머니셋(Money set)의 로르샤흐 테스트'(워싱턴포스트, 2018년2월10일)




1985년 이후 30년 넘게 줄곧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일하고 있는 피터 터크만(Peter Tuchman)에 대한 각종 수식어다.

월가의 동향이나 글로벌 증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의 얼굴을 봤음직하다. 1957년생(63세)인 그는 경력 30년이 넘는 NYSE 베테랑 플로어 트레이더다.



월가의 얼굴들, 플로어 트레이더란?
NYSE의 플로어 전경/사진=AFPNYSE의 플로어 전경/사진=AFP
피터 터크만의 직업은 '플로어 트레이더(Floor trader)'다. 플로어 트레이더란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자기매매(증권사의 판단에 따라 매매하는 것) 업무를 담당하는 딜러를 뜻한다. 다른 회원들의 위탁주문을 받아서 거래하는 플로어 브로커(Floor broker)와는 구분된다. 트레이더와 브로커 모두 분초를 다퉈 가며 주식 거래를 한단 점에서는 비슷하다.

푸른 재킷, 헤드셋, 아이패드와 흡사하게 생겨 한 손에 쥘 수 있는 소형 태블릿, 재킷에 붙인 좌석번호 배지는 트레이더들의 트레이드 마크.

터크만 역시 그의 이름보다 그의 좌석번호로 더 자주 불릴 때가 있었는데 사진에 늘 노출되는 그의 배지 번호는 588번이다.


유대인 부모님을 두었고 미국으로 이민 온 가정 출신의 터크만은 매사추세츠 대학에서 경영학과 농업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음반 상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고 서아프리카로 가 석유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NYSE와 연을 맺은 것은 의사였던 아버지의 환자를 통해 거래소의 타자수(타이피스트) 일을 소개받으면서부터다. 이후 그는 전문성을 연마해 30년 넘게 전문 트레이더로서 활동하게 됐다.

이 사진으로 스타덤… '월가의 아인슈타인' 별칭도
/사진=피터 터크만의 인스타그램 @einsteinofwallst 캡쳐/사진=피터 터크만의 인스타그램 @einsteinofwallst 캡쳐
터크만이 유명해진 것은 2007년 2월, 뉴욕의 3대 지수가 모두 3% 넘게 떨어진 어느 날 양팔을 벌리고 분노를 표하는 듯한 표정의 그가 사진에 찍혀 이튿날 '뉴욕 데일리 뉴스' 신문 전면을 장식하면서부터다.

이후 그는 증시가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마다 NYSE 트레이더 룸을 찾는 사진기자들의 주된 모델이 됐다. 헝클어진 백발과 같은 독특한 외모도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한몫 했다. 그는 외양이 비슷하단 이유로 월가의 아인슈타인으로도 불렸다.

워싱턴포스트는 그에 대해 "그는 머니셋의 로르샤흐 테스트(잉크 반점을 보여준 뒤 피험자의 반응을 통해 현재 심리 상태를 진단하는 검사)"라며 "그의 표정은 전세계 투자자들의 분노, 기대, 실망, 환희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터크만 스스로도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내 표정은 진짜"라며 "나를 보면 그날 400포인트가 오르는 날인지 400포인트가 떨어지는 날인지 간단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주식을 가져본 적이 없다"
美증시 사진 속 단골손님 '아인슈타인'은 이 사람
기술 발달이 이뤄지기 전까지 NYSE에는 수천 명의 플로어 트레이더들이 있었지만 이제 남은 인원은 수백 명 수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NYSE에서 활동하는 플로어 트레이더들이 소속된 회사는 1990년대 수백 개에서 현재 약 35개 회사로 줄어들었다.

모든 것이 자동화·전자화되는 시기, 터크만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직업에 대해 "내가 하는 일을 강력하고 의미있으며 중요하게 만드는 것은 거래소 인적 요소"라며 "사람들은 우리가 여기 있어 그들의 돈과 시장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강조했다.

터크만은 이어 "NYSE의 플로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무실"이라며 "여기는 에너지와 사람들이 있는 신성한 곳이자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전세계 금융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해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표했다. 최근 그의 아들 벤자민 터크만도 NYSE에서 플로어 트레이더로 일을 시작했다.

주식 거래를 하느냐는 질문에 터크만은 "평생 한 주도 소유해 본 적이 없다"며 "내가 만일 내 자산의 이익과 손해에 대해 걱정해야 했다면 고객 관리에 집중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투자자들을 향해서는 "당황하지 말고 참고 버티라"며 "합리적 이득을 취하고 불합리한 손실을 기다리지 말라"는 조언을 남겼다.

1998년 NYSE의 트레이더들의 모습/사진=AFP1998년 NYSE의 트레이더들의 모습/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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