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비켜…트럼프만 빼고' 폼페이오의 비결 "Yes, but"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9.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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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세계IN]외교·안보 라인 사실상 모두 거머쥐어…美 국방부장관·CIA 국장 등에도 '폼페이오 사단' 포진

/사진=AFP/사진=AFP


"오브라이언의 발탁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했다는 신호다"(로이터, 2019.09.18)
"볼턴의 추방은 폼페이오에게 그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기회를 줬다"(뉴욕타임스, 2019.09.13)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물러나고 지난 18일(현지시간) 그 후임으로 로버트 오브라이언 인질문제 담당 대통령 특사가 지명될때까지 스포트라이트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쏠렸다. 백악관에 폼페이오 사단이 '한 명' 더 추가된 순간으로 폼페이오가 명실공히 외교·안보라인을 거머쥔 '원톱'으로 부상함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의중 대변" VS "가장 아첨하고 아부하는 자"=볼턴 전 보좌관이 자리에서 물러난 후 8일동안 후임을 두고 무성했던 하마평 중에는 폼페이오 장관의 겸직설이 있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대통령이 겸직을 맡길 것을) 고려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의 당파적 외교 정책 집단에서 얼마나 뛰어난 인물이 돼 왔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 준다"며 "폼페이오 장관이 두 개 타이틀을 거머쥐지 않더라도 백악관에 대해 더 강한 커넥션(연결)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장관은 마크 에스퍼로 폼페이오 장관의 1982년 웨스트포인트(미 육군사관학교) 입학 동기다. 현직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나 해스펠로 폼페이오 장관이 CIA 국장 시절 휘하에 거느리고 있던 이다. 오브라이언 신임 보좌관 역시 인질 특사 시절 폼페이오 장관과 협업해온 인물이자 폼페이오 사단으로 분류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사진=AFP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사진=AFP
미 워싱턴 정가에서 그동안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전 보좌관 사이의 불화설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볼턴 전 보좌관의 경질 이후 기자회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볼턴과 내가 의견이 달랐던 적은 많았다. 그것은 사실이다"며 "(경질에 대해)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엄밀히 말하면 볼턴 전 보좌관과 갈등을 빚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에 대해 강경 노선을 고집해온데다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단계적 접근법'이 아닌 '완전한 비핵화' 정책을 고집하는 등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폼페이오 장관은 선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빠르게 알아채고 그의 의중을 잘 대변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워싱턴포스트는 그에 대해 "대통령이 추진하는 모든 정책인 북한, 이란, 탈레반과 협상하려는 의지를 증진시켜왔다"며 "폼페이오의 침묵은 그를 번성케 했고 볼턴은 호전적 대중 발언을 통해 사실상 자멸했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폼페이오 장관은 CIA 국장시절이던 2017년, 미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아스펜 안보 포럼에서 "미 정부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핵 개발능력과 핵 개발의도가 있는 인물(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칭)을 분리해 떼어 놓는 것"이라며 "북한 사람들도 그(김 위원장)가 물러나는 것을 보길 원할 것"이라고 말해 북한 정권을 인정치 않는 듯한 발언을 해 매파적 성향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후 2018년부터 북미 대화국면에 접어들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에 동조, 이같은 강경 발언을 적어도 공개적으로 하는 것만큼은 삼가해왔다.

아론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 재단의 외교정책분석가는 "폼페이오는 '그래, 하지만(Yes, but)'의 남자"라며 "오직 '아니(No)'라고만 한다면 대통령은 당신을 거부해버리겠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그래, 하지만' 때문에 살아남았고 그가 (대통령 임기내) 계속 머무른다고 가정한다면 가장 강력한 국무장관 중 한 명이 될 기회를 갖게 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견을 갖고 사석에서 대통령을 설득할지라도 공개석상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을 삼간다는 것이다.

또 미국 인터넷 매채 복스(vox)는 폼페이오의 생존 비결 세 가지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절대 반대하지 말고 사석에서 존중할 것 △우호적 인물로 둘러싸고 적은 밀어낼 것 △트럼프의 정치 기반을 위해 운영되는 외교정책의 리드 등을 꼽았다.

소신을 드러내거나 비판하지 않고 대통령에 동조한단 이유로 비난도 받는다. 특히 그가 CIA 국장 시절, 뉴욕타임스는 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수장이 정치적이길 좋아하지만 CIA 직원들은 경계한다"고 지적했다.

더 뉴요커지는 전직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폼페이오는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 가장 아첨하고 아부하는 사람들 중 하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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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장교→사업가정치가로 변신…차차기 대선 출마설까지=1963년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한국 전쟁 당시 해군 무선기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6년 웨스트포인트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1986년부터 1991년까지는 미 육군 장교로도 근무했다. 1994년에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워싱턴 D.C.의 로펌인 '윌리엄스앤코놀리'에서 일했다.

창업 경험도 있다. 1998년 캔자스주에서 방산업체 타이어 에이로스페이스(Thayer Aerospace)를 설립했는데 당시 동업자로 일했던 브라이언 불라타오는 현재 국무부 차관이다. 불라타오 차관은 폼페이오 장관과는 웨스트포인트 82학번 동기이자 하버드 로스쿨 동문이기도 하다.

당시 창업 회사의 주요 투자자가 공화당의 주요 후원회사이기도 한 석유화학 대기업 '코흐 인더스트리'의 오너 일가, 코흐 형제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2006년 이 회사를 매각했는데 이후 아예 코흐 형제 소유 코흐인더스트리 자회사인 센트리인터내셔털(유전장비 제조업체) 대표도 지냈다.

이 인연을 바탕으로 코흐 형제는 폼페이오 장관이 2010년 캔자스 하원의원으로 출마, 정계에 발을 들일 때부터 든든한 후원자가 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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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복심'으로 알려져있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자였던 것은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2016년 공화당 경선에서 플로리다주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지했다. 유세연설에서 "트럼프 후보가 '내가 군인에게 전쟁범죄를 저지르라 하면 군인은 그대로 할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며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처럼 우리 헌법을 무시하는 독재적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비난한 바도 있다.

당시 이 지지 연설을 들은 트럼프 당시 후보가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궁금해했다는 일화도 최근 워싱턴포스트 등을 통해 알려졌다.

CIA 국장을 거쳐 국무장관까지, 트럼프 행정부 초기 멤버로서는 최장수 반열에 오른 그는 지난 8월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헌법적으로 선출된 미국 대통령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는 나의 지도자이다. 내 임무는 그와 함께 최고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2020년, 자신이 하원을 지냈던 캔자스주에서의 상원의원 출마설이 나오는가 하면 공화당에서 차차기 대선후보로 나설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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