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스에 도전한 이단아, "재정확장 아닌 고환율 정책 필요"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2019.12.3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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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영 연세대 겸임교수, '금융경제학원론, 시장의 비밀' 출간

케인스에 도전한 이단아, "재정확장 아닌 고환율 정책 필요"


케인스에 도전했던 경제학계의 이단아가 한국경제를 풀기 위해서는 재정확장이 아닌 고환율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선영 연세대 겸임교수는 지난달 25일 출간한 책 '금융경제학원론, 시장의 비밀'에서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확장재정정책을 날선 말로 비판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생산성 향상이나 영업실적 호전이 없음에도 인건비가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본질적으로 경제의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게 배 교수 주장이다.

배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행정고시와 외무고시에 합격한 후 17년간 재무부와 재정경제원, 대통령경제비서실 등에서 경제관료로 일한 수재다. 관료생활을 끝마친 후 수출입은행 감사를 지내기도 했다. 배 교수는 1983년 발표한 석사논문에서 케인스의 유동성선호설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배 교수는 책에서, 불황기에 정부가 나서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케인스 이론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현실과 괴리된 케인스 이론 비판이다. 우선 그는 확장재정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재정이 확장되면 국채발행이 늘어나 민간 자금조달비용이 높아지고 민간투자가 줄어든다는 논리다.

또 확장재정으로 인건비와 물건비가 상승하면 생산성이 저하되고 수출도 감소한다고 경고했다. 배 교수는 결국 확장재정으로 민간투자와 수출이 모두 줄어 단기부양효과가 정부지출 증가보다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



경제관료로서 경험이 묻어난 의미심장한 경고도 남겼다. 확장재정정책이 중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늘어난 재정지출이 우선순위가 낮은 선심성 사업에 쓰임으로써 한국경제 전체 효율성을 해친다는 얘기다. 배 교수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면 국가채무 급증으로 대외신용도가 급락해 외환위기나 초인플레이션(급격한 물가상승)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한국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점도 조목조목 짚었다. 임금상승이 소비증가와 기업투자로 이어져 국민소득을 증가시킨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이 허구라는 것이다. 배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인위적 임금상승이 기업들에게 원가상승으로 받아들여져 생산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공장들이 해외로 탈출하는 현상을 가속화시킨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소득주도성장이 '반기업·친노조주의'에 대한 기업인들의 공포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장에서 갈고 닦은 경험을 통해 내린 판단이다. 배 교수는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생산성 향상 부진으로 이어져 수출이 줄어들게 된다고 분석했다.


배 교수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소득주도성장론과 확장재정정책 대신에 고환율 정책을 펴야 한다고 시사한다. 고성장과 대외건전성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책에서 "폐쇄경제가 아닌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자원빈국이라 수출이 활로며 자본계정이 100% 개방된 한국이 저환율정책을 쓰는 것은 장기적으로 결국 자살행위"라고 밝혔다.

이 책은 2011년 '시장의 비밀'이란 제목으로 발표됐고 8년간 증보과정을 거쳐 발간됐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로지역 등 주요국 경제에 대한 분석 등도 담겨있다. 복잡한 수식이나 경제학에 대한 지식없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였다.



◇금융경제학원론: 시장의 비밀=배선영 지음. 휴먼필드 펴냄. 556쪽/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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