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영 연세대 겸임교수는 지난달 25일 출간한 책 '금융경제학원론, 시장의 비밀'에서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확장재정정책을 날선 말로 비판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생산성 향상이나 영업실적 호전이 없음에도 인건비가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본질적으로 경제의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게 배 교수 주장이다.
배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행정고시와 외무고시에 합격한 후 17년간 재무부와 재정경제원, 대통령경제비서실 등에서 경제관료로 일한 수재다. 관료생활을 끝마친 후 수출입은행 감사를 지내기도 했다. 배 교수는 1983년 발표한 석사논문에서 케인스의 유동성선호설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 확장재정으로 인건비와 물건비가 상승하면 생산성이 저하되고 수출도 감소한다고 경고했다. 배 교수는 결국 확장재정으로 민간투자와 수출이 모두 줄어 단기부양효과가 정부지출 증가보다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점도 조목조목 짚었다. 임금상승이 소비증가와 기업투자로 이어져 국민소득을 증가시킨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이 허구라는 것이다. 배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인위적 임금상승이 기업들에게 원가상승으로 받아들여져 생산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공장들이 해외로 탈출하는 현상을 가속화시킨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소득주도성장이 '반기업·친노조주의'에 대한 기업인들의 공포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장에서 갈고 닦은 경험을 통해 내린 판단이다. 배 교수는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생산성 향상 부진으로 이어져 수출이 줄어들게 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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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교수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소득주도성장론과 확장재정정책 대신에 고환율 정책을 펴야 한다고 시사한다. 고성장과 대외건전성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책에서 "폐쇄경제가 아닌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자원빈국이라 수출이 활로며 자본계정이 100% 개방된 한국이 저환율정책을 쓰는 것은 장기적으로 결국 자살행위"라고 밝혔다.
이 책은 2011년 '시장의 비밀'이란 제목으로 발표됐고 8년간 증보과정을 거쳐 발간됐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로지역 등 주요국 경제에 대한 분석 등도 담겨있다. 복잡한 수식이나 경제학에 대한 지식없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였다.
◇금융경제학원론: 시장의 비밀=배선영 지음. 휴먼필드 펴냄. 556쪽/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