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삼다수 못마시나…파업에 흔들리는 생수 1위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19.12.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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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생수 시장 1위 제주삼다수 공장이 처음으로 멈춘다. 한달 이상 재고분이 있어 가동중단으로 당장 생수 공급에 차질을 빚진 않을 전망이지만, 파업이 길어질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가뜩이나 아이시스, 백산수, 대기업 PB(자체브랜드)상품 등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생수시장 점유율 30%선도 무너질 수 있다.
제주도개발공사 창립 24년만에 총파업, 왜?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 노조의 파업을 결정짓는 대의원 회의가 진행된 24일 오후 제주시 교래리 삼다수 본사에 유통 전인 삼다수 묶음이 쌓여 있다.  노조는 전국 16개 시·도 도시개발공사의 평균 수준까지 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2019.12.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 노조의 파업을 결정짓는 대의원 회의가 진행된 24일 오후 제주시 교래리 삼다수 본사에 유통 전인 삼다수 묶음이 쌓여 있다. 노조는 전국 16개 시·도 도시개발공사의 평균 수준까지 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2019.12.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4일 삼다수를 만드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노조는 대의원 회의를 열고 27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노조원은 전체 도개발공사 직원 720명 중 615명으로 약 85%에 달한다. 1995년 공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는 것이다.

노조는 30일 오전 삼다수 공장에서 출정식을 갖고 내년 1월 2일부터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는 오경수 도개발공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퇴진할 때까지 파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파업을 시작한 이유는 근로 처우 개선을 요구했지만 사측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서다. 노조는 야간근로수당 확대(통상임금 2배 지급), 성과장려금 도입, 인사위원 추천권 1인→2인 확대 등을 주장했고 지난 9월 합의에 이르렀지만 이후 사측이 말바꾸기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며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해 10월 삼다수 생산 공장에서 30대 노동자가 기계 장치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지난 2월 처음 결성됐다.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근로자의 권리를 지키자는 취지였다. 이후 노사는 지난 7월부터 19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삼다수 공급 대란 일어나나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2019.10.17.   amin2@newsis.com【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2019.10.17. [email protected]
노조 파업으로 당장 제주삼다수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 관계자는 "지난 한 달 가까이 리모델링 등으로 공장 가동을 하지 않고 내부 정비 기간을 가졌으며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놨기 때문에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주도내·외 공사 창고에 5만2000여톤, 제주삼다수 판매사인 광동제약 창고에 6만여톤 등 총 11만 2000여톤이 비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도 통상 보름에서 한달정도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당장 한두달은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노사 합의가 빨리 이뤄지지 못하면 생산라인을 재가동하기까지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사고 당시도 생산라인이 한 달 가량 멈추면서 2ℓ 제품 등 일부 마트에서 삼다수 품귀 현상이 일어났고 이 영향으로 삼다수 생수시장 점유율도 하락했다.

아이시스·백산수 추격, 제주의 물 오리온까지…점유율 꺾일까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대형마트들이 리터당 100원대 파격가로 생수를 판매하며 초저가 물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생수를 고르고 있다. 2019.10.10.   dadazon@newsis.com【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대형마트들이 리터당 100원대 파격가로 생수를 판매하며 초저가 물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생수를 고르고 있다. 2019.10.10. [email protected]
삼다수는 최근 안팎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1998년 출시된 삼다수는 그 해부터 국내 먹는샘물 시장을 석권해 21년간 먹는샘물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제주 청정 자연에서 만들어진 물이라는 이미지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5년까지만 해도 점유율이 50% 가까이 기록했지만 최근 40%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난 7월 기준 점유율은 37.8%로 전년동기(40.5%)와 비교해 2.7%포인트 감소했다. 그 사이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는 점유율 13.6%, 백산수는 8.7%로 점유율이 늘었다. 이외에도 대형마트 등이 파격적인 가격의 PB상품을 내놓으면서 삼다수를 위협했다.

이에 한시적이긴 했지만 삼다수는 올해 21년만에 처음으로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등 점유율 지키기에 나섰다. 제주삼다수 판매권을 가진 광동제약이 지난 10월 편의점 4사에서 1+1 행사를 진행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삼다수가 물 전쟁에 따른 위기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제주도 청정 이미지도 오리온과 나눠 갖게 생겼다. 이달부터 오리온이 '제주용암수' 국내 정기 배송을 시작하면서 생수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생수 시장이 춘추전국시대에 들어섰다고 할만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삼다수 노사간 잡음이 길어질 경우 생수 시장 1위도 뒤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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