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전무 시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모습. /사진제공=대한항공
법률대리인을 통해 드러난 조 전 부사장의 입장을 볼 때 3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에서 배제되는 기간이 길어지자 불만을 드러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막내 조현민은 지난 6월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6월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75회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서울 연차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그는 4월8일 조 전 회장 별세후 진행된 경영 조치가 가족 간 협의 없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 사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지정 △조 전 부사장 복귀 △경영상 주요 사항 등을 진행하는 데 있어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잡음이 없진 않았다. 지난 5월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변경이 진행될 때 한진그룹은 관련 서류 제출을 늦추다가 가까스로 공정위 직권으로 변경을 마무리했다. 이때부터 '남매 갈등설'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과 11월 조 전 회장 지분을 법정비율대로 가족이 상속받고, 조 회장이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경영권을) 독식하려는 욕심이 없다"는 뜻도 밝혀 갈등설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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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달 그룹 인사를 계기로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조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한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복귀가 점쳐졌다. 그러나 "막내인 조 전무가 6월에 복귀할 때도 시끄러웠는데 갑질 논란으로 물러난 조 전 부사장까지 경영에 참여하면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로 무산됐다.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이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했다"며 가족간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2000억원 넘는 조 전 회장 지분 상속세를 유족이 분납해야 하는 상황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5년 간 세금을 상속된 법정비율대로 나눠 낼 경우 유족 1인당 수십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납부해야 하는데, 직책이 없어 연봉을 받지 못하는 조 전 부사장이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진그룹은 조 전 부사장의 반발을 "기사로 알았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진은 공식 입장문을 발표해 "이번 논란이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국민과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가치 제고로 주주 및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조양호 전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믿는다"며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아, 경영 배제에 반발…내년 주총 앞두고 우호지분 확보 나서
한진칼 주요 주주 현황.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이 같은 행동은 내년 3월로 예정된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주총회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23일까지다. 한진칼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처리해야 한다.
한진칼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다. 대한항공과 진에어 (12,590원 ▼260 -2.02%), 한진뿐 아니라 정석기업 등 그룹 계열사를 지배한다.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 그룹 경영권을 잃게 된다.
3남매 등 오너 일가가 지분을 비슷하게 갖고 있다는 점에서 조 전 부사장은 다른 주주와의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등으로 나뉜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으로 보면 28.94%에 달한다. 조 회장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지분은 10%다.
지난 3월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 모습. /사진=이기범 기자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손을 잡으면 지분이 23.78%에 달하고, 모친 이 고문 등 다른 가족의 표까지 얻으면 조 회장과 표대결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그룹 안팎에선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고, 한진칼 정관상 사내이사 재선임은 주주총회 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표만 얻으면 되는 만큼 조 전 부사장이 경영권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진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달 인사에서 조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되자 조 전 부사장의 반감이 커진 것 같다"며 "터질 게 터진 것이고 앞으로 조 전 부사장이 어떻게 나올지를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