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스트라이트 폭행방조' 혐의 김창환, 2심서 집행유예

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9.12.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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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1심 형 유지…폭행 가해자 5000만원 공탁 이유로 일부 감형

김창환 미디어라인 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밴드 더 이스트라이트 폭행 사건 반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김창환 미디어라인 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밴드 더 이스트라이트 폭행 사건 반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아이돌그룹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들에 대한 폭행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창환 미디어라인 회장에게 항소심 법원이 1심과 같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이관용)는 이날 오후 2시 더 이스트라이트 전 멤버 이석철, 이승현에 대한 아동학대·아동학대방조 혐의를 받고 있는 김창환 회장에게 같은 형을 유지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1심 법원에서 김 회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멤버들을 폭행한 문모 프로듀서(PD)는 징역 2년의 실형을, 법인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는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2심 법원은 김 회장과 법인의 형은 그대로 유지했다. 문 PD에게는 1심보다 형을 낮춰 징역 1년4개월의 실형 선고를 내렸다.



지난해 10월 더 이스트라이트 출신 이석철·승현 형제는 문 PD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여기에 김 회장은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소속사 미디어라인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반박했다. 하지만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PD는 이씨 형제에게 수십차례 폭행을 가하는 등 상습적으로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회장도 피해자에게 전자담배를 권했고, 이를 거부하자 손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때린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검찰은 김 회장이 문 PD가 폭행하는 것을 보면서도 ‘살살 해라’ 등의 말로 묵인했다면서 ‘방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문 PD를 상습아동학대와 특수폭행, 상습폭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으며 김 회장은 아동학대·아동학대방조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법인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으를 받아 함께 기소됐다.

2심 법정에서 김 회장은 “처음부터 담배에 손에 대지 않는 게 좋다는 취지로 대화한 것”이라며 “피해자의 관계에 비춰보면 장난기 섞인 단순한 농담에 불과하고 그런 행동이 정서적 학대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며 “만 14살 나이 아이에게 담배를 권한다는 것은 정서적 학대행위”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재판부는 “김 회장이 문 PD에게 ‘살살해라’라고 한 것은 가해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의미”라며 “이 발언이 폭력에 대한 승인이나 묵인으로 볼 수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김 회장의 양형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폭행에 가담한 것은 정도가 실형을 내려야 할 만큼 중한가에 대해 고민했지만 그 정도에 이른 것은 아니어서 형을 높이거나 낮출 수는 없다는 게 결론”이라며 항소를 기각하고 1심 법원의 형을 유지했다.

문 PD의 양형에 대해 재판부는 “장기간 상습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학대를 저질러 죄질이 불량하다”면서 “음악 연습생을 가르치는 방식이 꼭 이렇게 욕설과 폭력이 행사돼야 하는지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보이고 앞으로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동종 전과가 없고 항소심에서 피해자들을 위해 5천만원을 공탁한 점을 참작해 피고인의 형을 낮춘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인 아이돌그룹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들 측은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라는 게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의 출발점인데 그런 점에서 미진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형이 올라가야 한다”면서 “문PD의 형이 줄어든 것에 대해 공탁을 했다고 하는데 피해자들은 공탁금을 찾을 생각이 없다”면서 합의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상태에 대해 “피해자들은 아직 정신적이고 신체적인 피해에서 회복이 덜 됐고 치료 받고 있는 상태”라며 “피해자들의 어머니는 지금 법정에 오지 못할 정도로 건강 악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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