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 정부 정책이 서울집값 올렸다는데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9.12.2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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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퇴행적 부동산 공화국 현상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시절 ‘빚 내서 집 사라’면서 정부가 부채 주도 성장을 주도한 결과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문재인정부의 18번째 부동산 규제 대책인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발표된 후 언론에 밝힌 내용이다.
 
박 시장은 이런 주장을 펴면서 “시내 주택공급은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최근 서울 아파트값 급등현상을 분석한 결과를 반박한 것인데 이 발언부터 논쟁거리다.
 
서울시의회가 최근 발간한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시가 시내 총 393개 정비구역을 해제하면서 착공하지 못한 아파트는 24만8893가구로 집계됐다. 연평균 약 3만가구의 신축 아파트 공급이 끊긴 셈이다.
 
박 시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추진한 ‘뉴타운 개발’을 전면 백지화했다.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원주민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였지만 전임자의 흔적 지우기란 지적도 있다.
 
다세대 등 노후주거지 보존에 방점을 둔 박 시장의 도시재생 구상이 신축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진 주거트렌드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시장 스스로 부동산시장의 불쏘시개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2017년 8·2대책 이후 시점인 지난해 6월 여의도 통합개발을 공언하고 용산 마스터플랜계획 구상을 발표한 까닭이다. 공교롭게도 이 발언 직후 일대 집값이 급등했고 결국 정부는 9·13대책을 꺼냈다.
 
전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장기 저금리 환경과 맞물려 집값 상승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박 시장의 말처럼 모두 전정부의 탓이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는 역대 최초 3선 서울시장이다. 2011년 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줄곧 시정을 책임졌다. 이 기간에 시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비롯해 각종 대형 개발사업의 인허가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
 
내년이면 부임 10년차를 맞는 서울시장의 때아닌 남 탓 발언에 여론이 싸늘한 이유다.

[기자수첩]전 정부 정책이 서울집값 올렸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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