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배달앱 빅딜, 자영업자 '하청 전락' 위기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19.12.1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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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 배달천하]요기요, 배달의민족 인수하기로...공정위 심사 넘기 어려울 듯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2위 사업자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되면서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국내 배달앱 시장에도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13일 양사는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 DH가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지분 87%를 인수하기로 했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약 4조7500억원 규모로, 김봉진 대표를 비롯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13%는 DH 지분으로 전환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 방문자 센터의 모습. 2019.12.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2위 사업자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되면서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국내 배달앱 시장에도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13일 양사는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 DH가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지분 87%를 인수하기로 했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약 4조7500억원 규모로, 김봉진 대표를 비롯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13%는 DH 지분으로 전환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 방문자 센터의 모습. 2019.12.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내 1·2위 배달앱의 '4조원 인수 빅딜' 소식에 자영업자들도 술렁이고 있다.

'요기요'의 '배달의민족' 인수가 성사되면 국내 배달앱 시장의 90% 이상을 한 회사가 점유하는 독과점 시장이 형성, 치킨집 등 자영업자들은 협상력이 사실상 없어져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국내 배달앱 시장을 한 외국기업이 좌지우지 하게 되는 상황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두 기업의 결합은 정부의 심사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시장 우려가 큰 만큼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는 13일 DH가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다.



두 기업 인수가 성사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공정위는 일정규모 이상 기업의 인수합병(M&A) 등이 추진될 때 시장 영향 등을 검토해 승인·불승인 판단을 내린다. 기업결합으로 인한 시장집중도 변화, 진입 용이성 등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성을 면밀히 분석하게 된다. 기업결합심사 신고는 자산·매출액 기준(신고회사 3000억 이상, 상대회사 300억원 이상. 반대의 경우도 가능)에 충족하면 대상이 된다. 요기요의 배달의민족 인수도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심사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독과점 시장 형성 등으로 경쟁이 제한된다고 판단될 때 인수를 불허하거나 자산 매각 등 시정명령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국내 배달앱 시장은 한 기업이 90% 이상을 점유하는 독과점이 형성된다. 업계는 배달앱 시장점유율을 배달의민족이 56%, 요기요가 34%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 3위 배달앱 '배달통'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DH가 국내 시장을 사실상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공정위가 관련 시장을 어떻게 획정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배달앱 시장만 두고 본다면 독과점 형성 판단이 비교적 쉬워 보인다. 그러나 공정위가 O2O(온라인 기반 오프라인서비스) 등으로 관련 시장을 넓게 획정하면 시장점유율 계산이 달라진다.

치킨집·중국집 등 자영업자 상당수는 배달앱 도움 없이는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여건에서 배달앱 시장에 경쟁이 사라지면 자영업자의 협상력이 사실상 없어져 DH에 휘둘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도 피해를 입게 된다. 국내 배달앱 시장, 나아가 배달에 의존하는 자영업 시장을 한 외국 기업이 장악하게 된다는 것도 문제로 평가된다. 결국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이득을 보는 것은 DH와 우아한형제들 뿐이라는 지적이다.

양사가 이날 발표한 상생 기금은 향후 거둬들일 수익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배달앱 시장은 작년 기준 연간 3조원 규모로, 지속 확대되는 추세다. 양사는 이날 5000만달러(약 600억원) 규모 혁신기금을 조성해 푸드테크 분야 한국 기술벤처의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성공한 음식점이 해외로 진출할 때 시장조사, 현지 컨설팅도 돕기로 했다.


이번 기업결합 사안과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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