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규모 시위…"젤렌스키, 푸틴 손 잡지마라"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19.12.0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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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노르망디 4개국 정상회의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볼라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러시아 화해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레드라인을 넘지마라" 등의 프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사진=AFP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볼라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러시아 화해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레드라인을 넘지마라" 등의 프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사진=AFP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의 화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시민 수천여 명이 모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러시아 평화·관계개선’ 목표는 “대러시아 항복”이라고 주장하며 항의했다.

시위대는 다음날인 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이른바 ‘노르망디 4개국’(우크라이나 러시아 독일 프랑스) 정상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평화’ 목표에만 집중해 지나치게 저자세 외교를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도이치벨레(DW),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대는 “푸틴과 손잡지 말라” “러시아에 항복하지 말라” "(대러시아 관련)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외치며 키예프 도심을 행진했다. 시위는 반러시아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이 주도했다.

지난 4월 취임한 개그맨 출신 젤렌스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5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 해결법을 찾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는 페트로 포로셴코 전임 대통령과 비교해 러시아에 우호적인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분리주의 세력 장악지역에 대한 평화구상을 토대로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추진 중이다. 돈바스 지역 루한시크와 도네츠크가 우크라이나 법에 따른 자유·공정선거를 치르는 조건으로 ‘특수자치권’을 부여하는 계획이다.

돈바스 지역은 2014년 러시아를 등에 업은 분리주의 세력에 장악됐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무력 충돌하면서 지금까지 1만30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젤렌스키는 “우크라-러시아 간 전쟁을 종식해야 한다”며 계획을 시민들에게 설득 중이다. 그러나 돈바스 지역을 사실상 우크라이나에서 떼어내는 조치로 이해하는 시위대는 이 계획이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침해한다"며 “러시아가 그 이상의 야욕을 보일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올레나 제르칼 전 우크라이나 외교부장관은 DW에 “빠른 평화를 이루려는 젤렌스키의 열망은 푸틴 대통령이 그를 쉽게 보게 만들 수 있다”며 “러시아의 신의를 믿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와의 화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푸틴을 만나 2014년 9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중재 아래 양국과 독일, 프랑스가 모여 마련한 돈바스 전쟁 정전협정인 ‘민스크 협정’의 확실한 이행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민스크 협정에 따라 양국은 30㎞ 완충지대를 만들고 어떤 공세도 중단했어야 하지만 최근까지도 무력 충돌이 이어졌다. 다만 지난 9월 7일 양국은 서로 억류했던 포로 35명을 맞교환했다.

한편 이번 ‘노르망디 4개국’ 정상회담에서는 ‘러시아 송유관’ 문제도 주의 깊게 다뤄질 전망이다. 7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가스 송유관, 이른바 ‘노르드스트림2’을 건설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가스관의 계약갱신 기간을 10년에서 1년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기존에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수출되려면 우크라이나를 지나야 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충돌하고 툭하면 가스를 끊었고, 이는 유럽에도 피해를 줬다. 그래서 아예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송유관을 만들었고, 최대 수혜자는 독일과 프랑스다.

우크라이나는 같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러시아와 가까워지고, 자국과는 심리적으로 멀어질 것을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당시 우크라이나 편에 섰던 독일과 프랑스는 최근 러시아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일 나토 70주년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내 반러시아 성향 시민들은 더욱 젤렌스키 대통령에 강경한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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