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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의혹'에 뒤숭숭한 금융위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9.12.06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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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이 금융위원회를 흔들고 있다. 혁신금융, 생산적금융, 가계대출 안정화 등으로 정부 내에서 상대적으로 평가가 좋았던 금융위원회는 유 전 부시장 문제로 졸지에 '비리 공무원'을 봐 준 조직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금융정책국장(금정국장)으로 근무했던 당시 금융위의 수장이었던 김용범 전 부위원장(현 기획재정부 1차관)과 최종구 전 위원장은 이미 검찰로부터 참고인 조사까지 받았다.

유 전 부시장 사건과 관련해 금융위에 쏠린 의혹의 시선은 크게 두가지다. 비리 혐의가 드러난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이어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보냈다는 것과 유 전 부시장이 인사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오전 서울동부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오전 서울동부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비위 드러난 유재수, 그냥 봐줬다?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 재직 당시 뇌물을 받은 혐의는 어느 정도 확인됐다. 법원은 지난달 28일 "범죄 혐의 상당수가 소명됐다"며 유 전 부시장을 구속했다.



금융위 금융정책국장(금정국장)으로 재직하던 유 전 부시장은 병가를 내고 쉬다가 대기발령을 받았고 이후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이동했다.

금융위 핵심 보직국장이 느닷 없이 병가를 내고 대기발령된 과정은 당시에도 금융위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다. 나중에 청와대 감찰 때문이란 점이 밝혀졌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점은 금융위가 비위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왜 그를 징계를 하지 않고 사표를 수리했고 1급 공무원 자리인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추천했느냐다.

이에 대해선 이미 국회에서 수차례 논란이 제기됐었다. 최종구 전 위원장과 김용범 차관은 국회에서 "청와대에서 고위공무원으로서 품위유지와 관련해 문제가 있으므로 인사에 참고하라는 취지로 통보를 받았지만 구체적인 사유는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자체 조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본인이 청와대 감찰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청와대에서 그렇게 연락이 올 때는 충분히 합리적으로 조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금융위 내에선 금정국장을 보직 해임하고 사표를 수리한 것만으로 공무원에겐 큰 징계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실제로 금융위 고위직 중 금정국장을 거치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금정국장은 고위직으로 가는 관문이다.

또 국회 수석전문위원이 국장보다 높은 1급 자리이지만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 핵심보직으로 가지 못하는 이들이 가는 코스라는 점에서 승진이라고 보는 이도 없다.

하지만 이는 공직 세계의 인식일 뿐 일반인들의 눈높이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 때문에 금융위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검찰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비위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br><br>검찰은 금융위원회 행정인사과가 있는 16층 회의실 등에서 인사 관련 자료 등을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검찰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비위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br><br>검찰은 금융위원회 행정인사과가 있는 16층 회의실 등에서 인사 관련 자료 등을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남다른 공무원이었지만..."인사 좌우? 실상을 안다면..."
유 전 부시장과 관련해 또다른 논란은 그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청와대 감찰 당시 유 전 부시장의 휴대폰에 대한 포렌식 조사 결과, 현 정권의 실세들과 유 전 부시장이 텔레그램을 통해 인사 문제를 논의한 내용들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위 내부에서 유 전 부시장이 현 정부의 주요 인사들과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을 부인하는 이는 없다.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했던 경력으로 그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한직을 떠돌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핵심보직인 금정국장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란 점을 모르는 이도 없다.

유 전 부시장의 튀는 언행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전언이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많은 폭넓은 인맥을 쌓았다. 많은 독서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이 있었으며 누구 앞에서도 매사에 거침없이 발언하는 등 통상적인 공무원과는 달랐다는 평가도 동일하다.

하지만 그가 정권과의 친분을 이용해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일각의 시각에는 실상을 모르는 얘기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텔레그램에서 실명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진 A상임위원 자리는 인사청탁을 할 자리가 아니다. 외부 학자나 변호사 출신이 임명돼온 A상임위원 자리는 퇴직 후 3년간 취업 제한 때문에 후보를 구하기 힘든 자리이기 때문이다.

변호사 출신인 전임 상임위원 역시 취업제한으로 재취업을 못하고 있다. 이력서에 한 줄 더 쓰기 위해 그 자리에 인사청탁까지 해서 오려는 사람은 없다는 게 금융위 내부의 전언이다. 전임 금융위원장도 사석에서 "상임위원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유 전 부시장의 텔레그램에서 인사와 관련된 내용이 있었다는 게 사실이었다고 하더라도 청와대와 통상적인 인사 협의 과정에서 그가 메신저 역할을 했을 정도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비위 혐의가 드러난 유 전 부시장을 징계하지 않고 사표를 수리한 점, 그가 금융위원장 표창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은 자칫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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