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추가 관세' 열흘 앞두고 美 기업·투자자들 혼란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19.12.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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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런던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의 무역 합의에는 기한이 없다고 발언했다. 2019.12.04.[런던=AP/뉴시스]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런던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의 무역 합의에는 기한이 없다고 발언했다. 2019.12.04.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날이 열흘 남짓 남았다. 미·중 무역 합의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추가 관세가 실현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미리 재고를 쌓아두거나 가격 인상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증시 투자자들도 위험 자산 확대를 자제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중 무역합의를 내년 대선 이후까지 미룰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영국 런던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의 양자회담에 앞서 중국과의 무역협상에는 "데드라인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만약 미국과 중국의 평행선이 계속 이어진다면 오는 15일 미국은 예정대로 1560억달러(약 180조원) 규모의 중국 상품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미국 기업들은 관세 부과 이후에도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관세가 실현되면 중국에서 재료 등을 수입하는 미국 기업들의 제품 판매 원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음료 용기를 생산하는 예티홀딩스는 15일 전까지 상품을 비축하고 공급 업체에 비용 절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광고 마케팅이나 포장도 축소한다. 신발 업체인 부츠반도 "많은 벤더들이 중국 파트너로부터 비용 절감 혜택을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해 회계연도의 중국 관세 영향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부츠반의 연간 실적 전망에는 이미 관세 영향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신발업체인 스티븐매든, 할인 소매업체인 달러트리는 지속되는 미중 갈등으로 중국에 의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있다.



가격 인상도 선택지 중 하나다. 중국과 거래가 많은 미국 전자제품 체인업체 베스트바이는 최근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다. 코리 배리 베스트바이 CEO(최고경영자)는 "현재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다"며 "유동적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품 가격이 인상되면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살아나고 있는 소비 심리가 다시 위축될 우려가 있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5일간의 추수감사절 연휴기간 동안 구매객들의 평균 소비 금액은 361.9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가 뛰었다. 매트 세이 미국소매협회(NRF) 최고경영자(CEO)는 "15일의 관세는 우리가 자초하고 있는 잠재적인 상처"라며 "(관세를 피해) 2020년까지 이 (판매) 기세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장은 아직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추가적인 주식 매수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미국 증시는 1% 내외로 하락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중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 전술로 간주하고, 연내 미중 무역합의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스티브 브리스 최고 투자 전략가는 주식 노출도를 조금 줄이거나, 현재 상황에서는 시장을 쫒지 않을 것을 권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거래를 지속할 것이라며 낙관했다.

페퍼스톤그룹의 크리스 웨스턴 리서치 대표는 15일 관세가 실현되면 초기에 엄청난 시장 충격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면 "S&P500지수가 약 2% 하락하고 한국 원화, 중국 위안화, 호주 달러화 환율이 출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내년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면 시장은 안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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