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어린이집 성폭행' 의혹…"CCTV에 결정적 장면 안 나와"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12.0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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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어린이집 CCTV 세 차례 확인…"아래 부분 잘 보이지 않아 사실관계 확인에 한계"

성남 어린이집 성폭행 피해 부모가 올린 청와대 청원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성남 어린이집 성폭행 피해 부모가 올린 청와대 청원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경기도 성남의 한 어린이집에서 5살 여자아이가 또래 남자아이에게 상습 성추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는 성남시는 해당 어린이집 CCTV 영상을 확인했으나 결정적인 장면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성남시에 따르면 시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직후부터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아동보호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 CCTV 영상을 세 차례 확인했다.



그러나 관련 의혹을 특정할만한 장면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CCTV 영상이 위에서 촬영돼 아이들의 머리만 보이고 그 아래 부분은 잘 보이지 않아 명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는 이날 경찰, 아동보호 전문기관 등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회의를 갖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어린이집 CCTV를 재차 확인할 예정이다.



성남시 어린이집 성폭행 의혹은 피해자 부모라고 밝힌 사람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글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피해 아동 부모는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동간 성폭력사고 시 강제력을 가진 제도를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피해 아동의 아빠라고 밝힌 청원인은 "가해 아이는 같은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들 앞에서 제 딸의 바지를 벗기고 항문, 성기 등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 딸은 분명히 성범죄 피해자이며, 그 가해 아동은 법에서 정의하는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저지를 성범죄자다"라며 "하지만 가해 아동은 형사미성년자라 형처벌 대상이 아니다. 아예 처음부터 고소접수도 안 되는 현실은 저희와 비슷한 사례를 겪는 가정에게 너무나 큰 절망감만 안겨준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제 딸은 성폭력 트라우마로 인해 어두운 곳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밤에는 악몽에 시달리며 '하지마' '싫어' '안 해' 같은 잠꼬대를 연일 하고 있다"며 "가해 아동은 처벌할 수 없지만 그 부모를 통해서 적극적인 피해회복이 되도록 해야 한다. 피해자가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 강제력을 가진 중재기관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이 청원은 2일 오후 1시30분 기준 10만명이 넘는 이들에게 동의를 얻었다.

또 피해 아동의 엄마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2일 새벽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글을 내리라는 압박에 맘카페에 올렸던 글은 전부 모조리 내렸다"면서 "여기에 자세히 올릴 순 없지만 저에게 곧 고소, 고발이 진행될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현재 피해 아동 부모가 지역 맘카페에 올렸던 글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성남시 등에 따르면 가해 아동 부모와 피해 아동 부모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양측 모두 변호인을 선임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의 부모가 피해 아이 부모를 만나 사과하면서 사건이 원만히 해결될 듯 했는데 어린이집 CCTV 영상에서 결정적인 장면이 나오지 않으면서 양측의 입장에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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