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앞둔 文, '반도체 강국' 내세우며 '극일' 강조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9.11.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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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반도체 제조 강국 대한민국, 아무도 흔들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0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다시 한 번 극일(克日)을 강조했다.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및 수입처 다변화를 앞세워 일본과의 무역분쟁에 있어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2일 오전 충남 천안 MEMC코리아 실리콘 웨이퍼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MEMC코리아는 대만 글로벌웨이퍼스(GlobalWafers)를 모회사로 둔 실리콘 웨이퍼 생산 기업이다.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의 직접회로가 그려지는 원판이다. 반도체가 '쌀'이라면 웨이퍼는 '논'에 비유 가능한 핵심소재다.

그동안 실리콘 웨이퍼의 경우 일본산이 50%, 국산이 35% 정도의 점유율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MEMC코리아의 제2공장 준설에 따라 실리콘 웨이퍼 생산 비율이 일본산 41%, 국산 44%로 역전될 것이란 전망이다.



MEMC코리아와 글로벌 웨이퍼스는 천안 제2공장을 통해 생산을 두 배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내년까지 총 4억6000만 달러의 투자 역시 결정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준공식 참석은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뽑았던 '지소미아 종료' 카드의 실현을 앞두고 소재·부품·장비의 자립화를 강조한 것으로 우선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진행하는 것으로 가닥 잡은 상황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없이는 지소미아 유지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왔지만, 일본 측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지소미아를 종료하는 동시에, 소재·부품·장비의 '탈일본'을 가속화하겠다는 뜻을 문 대통령이 직접 밝혔다. 일본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버팀목"이라며 "우리 반도체 산업 경쟁력에 더해 소재·부품·장비의 공급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된다면, 반도체 제조 강국 대한민국을 아무도 흔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MEMC 제2공장에 대해서는 "반도체 핵심소재의 자급을 확대하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국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아우르는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게 세계 최대의 수요시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지난 4개월 동안 거둔 성과를 언급하며 '극일'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소재·부품·장비 수급의 안정화 노력, 액체 불화수소 국내 생산능력 두 배 증가, 불화수소가스 및 불화 폴리이미드 신규 생산공장 연내 완공 목표, 블랭크 마스크의 시제품 생산 등을 일일이 거론했다.

소재·부품·장비의 자립화를 위한 수입처 다변화에도 힘을 줬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산업 지원대책’은 외국인투자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한국에 더 많이 투자하고 생산과 연구개발 활동을 더 많이 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경제 구조를 개선하고, 성장률 부진에 시달리는 경제 상황도 반전시키겠다는 의지도 읽혔다. 문 대통령은 MEMC 제2공장과 관련해 "핵심소재 공급의 안정성 확보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더해, 국내 투자환경의 매력을 전세계에 알리는 ‘일석삼조’의 투자 효과가 기대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외국인투자기업도 우리 기업이라는 마음으로 우대하고 있다"며 "한국은 외국인투자기업에게 활짝 열려 있다. 언제나 환영하며 함께할 것을 다시 한 번 약속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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