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가능한 LNG 냉열 사업/자료=한국가스공사
천연가스는 액화를 시키는 과정에서 압력을 가하면서 온도를 낮춰야 한다. 반대로 섭씨 영하 162˚의 초저온 상태인 LNG를 배관망을 통해 보급하려면 기화를 시켜야 하는데, 이 때 냉열(냉각된 에너지)이 발생한다. 수입하는 LNG 양이 막대하다 보니 LNG 냉열도 원자력발전소 1기가 1년에 발전할 수 있는 양에 맞먹는다. 가스공사는 LNG 냉열 이용을 에너지 신산업으로 설정하고 관련 사업을 예열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미활용 에너지인 LNG 냉열을 사용하면 전기를 덜 생산해도 되고 에너지효율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한국가스공사
생산지를 떠난 LNG는 인천, 평택, 통영, 삼척 등 전국 4개 LNG 인수기지에서 하역된다. LNG는 도시가스 회사에서 공급되기 전 기화 작업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냉열 에너지가 1kg당 약 200kcal 발생한다. 얼음이 물로 바뀔 때 주변의 온도가 낮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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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열 에너지 200kcal를 전력량으로 환산하면 0.23kWh(킬로와트시)다. 지난해 국내로 들어온 LNG 3800만톤을 통해 발생한 냉열 에너지는 전력량 기준 847만MWh(메가와트시)에 해당한다. 지난해 한빛원전 6호기가 만들어낸 연간 발전량(842만MWh)을 웃돈다.
그동안 LNG 냉열은 버려지는 에너지였다.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바다, 공기 중으로 방출됐다. 2000년대만 해도 LNG 냉열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는 사업자가 없었다. 하지만 석탄 등 화석에너지에서 천연가스 등 친환경에너지로 에너지 대전환이 진행되면서 LNG 냉열도 주목받고 있다.
버려진 LNG 냉열 에너지, 원전 1기 1년 발전량 웃돌아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 사진제공=없음
냉동창고는 LNG 기화 과정에서 주위 온도가 낮아지는 원리를 이용한 사업이다. LNG 냉열 냉동창고는 전기식 냉동창고보다 에너지 소비가 적다. 가령 냉동창고 온도를 영하 100도로 맞추려면 전기식은 온도를 낮추느라 에너지를 계속 투입해야 한다. LNG는 이미 영하 162도 상태라 영하 100도까지 온도를 높이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다 보니 급속 냉동 효과도 전기식보다 크다. LNG 냉열 냉동창고에서 영하 100도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어패류 부패율 역시 낮출 수 있다. 전기식 냉동창고는 전기요금이 싼 야간에 주로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에 녹았다가 얼리기를 반복한다. 이에 따라 부패율이 15~30%에 달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LNG 냉열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1974년 최초로 냉열발전에 성공했고, 현재 16개 냉열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도쿄가스는 영하 60도에서 참치를 저장하는 냉동창고 3개를 보유하고 있다. 세이부가스 냉동창고는 영하 30도에서 새우, 게, 냉동식품을 저장하고 있다.
첫발 뗀 LNG 냉열 산업, 인천신항 콜드체인 구축
LNG 냉열 산업 밸류체인/자료=한국가스공사
가스공사는 또 지난해 인천항만공사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사업비 6000억원 규모의 인천신항 배후단지 콜드체인 클러스터 건설을 계획 중이다. 대규모 냉동창고를 인천신항 바로 옆에 세워 대중국 신선 물류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인천신항 콜드체인 클러스터 사업은 기획재정부가 선정한 공공기관 협업 우수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동 후 10년 간 부가가치 4조3000억원, 고용유발효과 2만6000명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LNG 냉열 사업이 속도를 내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가스공사가 LNG를 도시가스 사업자에게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한 도시가스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LNG 판매 대상을 넓히는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8부 능선을 넘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LNG 냉열은 데이터센터, 액화수소 제조, 빙상스포츠레저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이용할 수 있다"며 "가스공사는 앞으로 LNG 냉열을 활용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