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혈액 항응고제의 핵심 원료인 헤파린(heparin)이다. 1922년 처음 발견된 헤파린은 고등동물의 창자나 폐 등 내부 장기에서 생성되는 천연물질로 혈액의 응고나 혈전을 방지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중심정맥 카테터(중심정맥에 삽입되는 관의 일종)를 낀 환자나 수혈을 받는 환자, 인공투석과 인공심장 환자 등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 항응고제다. 협심증 치료를 위한 관상동맥 스텐트에도 헤파린이 들어간다.
그러나 ASF로 유례없이 많은 돼지가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헤파린 생산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 최대 돼지 사육 국으로 그동안 헤파린 생산의 60~80%를 담당하던 중국에서 돼지 개체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헤파린은 소나 양의 폐나 창자에서도 추출이 가능하지만, 1990년대 유럽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 대부분 돼지 창자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나 양 등 다른 동물에서 헤파린을 추출하려면 당국의 엄격한 품질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 시간이 걸리고 다른 혈액 응고제도 있지만, 헤파린보다 안전하지도 싸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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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지난 6월 각국에 "헤파린을 필수 의약품으로 여기고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라"고 권고했다. 미 식품의약청(FDA)은 지난 7월 미 의회에 "앞으로 6~9개월 정도 뒤에는 (헤파린 부족이) 미국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했다. 내년 초에는 헤파린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